한국일보

미국도 늙어간다

2005-07-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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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소<포트리>

천년(千年)이 가도 청춘일줄 알았던 미국도 늙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 세월앞에 장사(將士)있던가. 노자가 쓴 도덕경(道德經)에서도 ‘강장즉노(强壯則老)’ 라고 두 장(掌)에서 강조하고 있다.
즉 무엇이나(어떤 사물이나) 기세등등해진 뒤에는 쇠한다는 것이다. 보라! 나라도 그렇고, 군사력도 그렇고, 사람도 청장년이 된 뒤에는 싫어도 노인과에 입학을 하야야 된다. 자연의 계절도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 다음에는 낙엽지는 가을로 바뀐다.

달도 차면 기운다.사람의 늙는 모습은 어떤가. 몸에서 탄력성이 빠져 동작이 느슨하고, 자주 움직이기 싫어하고, 요즘 같은 뙤약볕에선 시원한 정자그늘 이나 찾고, 맛있는 음식먹을 생각이나 한다. 일하는 즐거움이나 성취감은 멀여져 가고 무사안일로 흐른다.사람아닌, 덩치 큰 국가나 사회로 치자면 시스템이나 속도감이 느슨해지고, 위 아래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지지 않고, 오늘이 내일이고 내일이 오늘같은 변화할 줄 모르는 현상아리고 할수 있다.


미국이 그동안은 퍽이나 기세등등 했었다. 지금도 외면상으로는 별로 달라져 보이지 않지만. 그러나 우리들이 살아가는 생활환경에서 밀접하게 접촉되는 사실들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분명 미국도 별수없이 늙어 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 예를 몇가지 들어 본다. 첫번째는 일반시민들의 발이되어 움직이는 지하철을 들수 있다. 우선 시설이 전반적으로 낡고 더럽다. 그리고 정시운행 같은 건 옛말이 되었다. 연발착쯤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또 정거장도 아닌 중간에서 수시로 멈추기가 예사다. 뭔가 시스템에 누수현상
이 생겼고, 이를 관리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의 손길이 무뎌졌다. 관계자들은 전반적인 책임을 몽땅 예산타령으로 치부한다. 현재의 예산이나 인력으론 개선불가라는 입장이다.

그뿐이 아니다. 정거장에서 기다리는 동안 천정과 바닥, 타일을 붙힌 벽, 기타 시설물을 한번 둘러 보아라. 언제 칠한 페인트칠인지, 덕지덕지 떨어져 너덜거리고, 벽면에 붙은 힌색 타이루는 보기 흉할정도로 누렇게 변색됐다. 게다가 군데군데 석굴(石窟)의 석순같이 고드름진데서는
때꼬랑물이 방울방울 흘러 떨어지고 있다. 철로바닥엔 깡통 등 쓰레기가 널려있고, 그속에서 먹이를 찾는 쥐들이 곡예를 벌리고 있다.

60녀대초까지만 해도 ‘꿈의 도시’(그 이후 지금까지 빅애플로 불림)라는 미명(美名)을 가질 정도로 아름다웠던 뉴욕, 지금이라고 해서 그 명성이 옛날만 못할것도 없는 미국제일의 도시모습은 누가 보아도 늙고 더러워 졌다. 두번째는 은행이다. 평소에도 느리지만 무슨 연휴때 보면 더욱 심하것 같다. ‘인디펜던스 데이’와 같은 연휴를 맞는 주말에 돈을 찾기 위해 창구앞에 서보라. 죽 늘어선 긴줄이 줄어드는게 아니라 점점 더 길게 늘어 날 것이다. 창구텔러의 업무손길이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각자 코앞에 컴퓨터도 놓여 있는데 왜 그렇게 느린지 알수가 없다.

젊다는 것은 머리회전이 빠르고 행동이 민첩하다는 걸 뜻한다.
한번은 동네타운에 있는 은행에 디파짓을 하러갔다. 아침 문을 열자마자 가서이지, 안내양이 문앞에 서서 고객에게 일일이 ‘굿모닝!’ 인사를 한다. 그런데 벌써 10여명이 창구앞에 줄서있다. 텔러가 한명뿐이었다. 서비스 속도가 너무 늦으니까 한 사람이 참다못해 매니저를 불러
“왜 한사람뿐이냐, 커스토머들이 길게 서있지 않으냐, 지금 출근길이라 빨리 끝내고 가야 한다”고 불평했다. 매니저 대답은 “휴가를 떠난 사람이 있어 그렇다. 미안하다”그 뿐이었다.

서비스 속도가 황소걸음인 곳은 비단 은행뿐만이 아니다. 대민서비스 창구치고 손빠른 창구를 못 보았다. 이민국이나 차량운전면허국은 정체현상이 보다 훨씬 더 심하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미국은 엉금엉금 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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