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정의 의미

2005-07-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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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길(수필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친구를 사귀는 것은 인간관계의 핵심일 수도 있다. 친구를 잘못 사귀어 돌이킬 수 없는 후회의 길로 빠진 경우도 있고 좋은 벗을 사귀어 일생동안 아름다운 우정을 나눈 이야기도 듣는다.
평생을 서로 도우며 속마음을 털어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가 한 두사람 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일 수도 있다.

이상적인 배우자의 만남도 서로 사랑하고 아낄 수 있는 좋은 친구와 같은 만남일 수도 있을 것이다.친구를 사귀는 데도 여러가지 유형이 있을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만 열심히 만나고 관심이 없는 아이는 쳐다보지도 않는 성격이 있다. 이런 만남은 오래 사귀게 되면 깊이 있는 우정을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열심이던 친구가 실망을 안겨주면 우정은 금새 시들해져 버릴 수도 있다. 또 몇 사람만 좋아하는 편협적인 우정은 자기와 조금 다른 사람은 용납하지 않고 편 가르기에 열을 낼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은 나름대로 특성과 장점을 지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두루 사귀어 보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는 ‘고추 친구’라는 어린 시절의 고향 친구들을 가끔씩 그리워 한다. ‘고향 동무’라는 말은 많은 노래말에 나오는 정감 있는 말이다. 세상에 오염되지 않는 순수한 우정이란 의미가 짙게 풍긴다. 얼굴도 이름도 희미해져 버린 고향 친구들은 각자의 생활 따라 흩어져버리고 우
리의 추억도 이제는 가물거린다.같은 학교, 같은 직장, 같은 취미와 관심은 쉽게 친구를 만들어 준다. 쉽게 잊을 수 없는 추억
거리를 함께 많이 만든 친구가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속적인 우정은 서로간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좋은 우정을 나누기 위해서는 더 배우고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교만해 져서도 안되며 덜 배우고 가진 것 없다고 열등의식을 가져도 안 될
것이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경쟁심과 이기심만 드세워져 진실한 우정은 만나기 어렵게 되었고 자기의 필요와 이용 목적만을 위한 천박한 사귐만이 남아 있는 느낌이다.대학 친구는 지적인 만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대화가 되질 않는 사람을 끼워 주려하지 않을 것이다. 풍부한 사회적 경험과 많은 독서로서 지적 매력을 갖춘 사람을 사귀는 것은 살아
가는데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사회나 직장에서의 만남은 이해가 같은 경우만이 우정이 싹트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직장에서의 만남은 너무 가까이해서도 안되고 너무 멀리해도 안된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회식 친구나
고스톱 친구는 헤어지면 잊혀지는 사람들이다.

이성간의 친구도 가능한가 하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남녀칠세 부동석’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살아온 구세대들은 쉽게 수긍하려 않지만 개방된 사회에서 만남과 헤어짐이 잦은 지금의 아이들은 이성도 친구라고 부른다. 이성간의 친구는 애정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언제 어디서 만난 친구이든 간에 진정한 우정은 서로간에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인생의 경주에서 넘어졌을 때 서로 위로하고 일으켜줄 수 있는 친구를 만나기는 어려워져 가고 있다. 내가 별 볼일 없어지면 친구부터 외면해 버리는 것이 요즈음의 세태이다. 친구가 한번 저녁을 사면 나도 다음에는 대접할 수 있는 것이 현대적 우정이다.

‘절실한 친구가 필요할 때 친구’가 아니고 ‘필요할 때 친구가 진실한 친구’라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현대인의 바쁜 생활이 ‘인스탄트’ 식품에 길들여지듯 우리의 만남과 헤어짐이 순간순간에 이루어지고 우정도 애정도 ‘인스탄트’식이 되어간다면 우리는 ‘인스탄트 인생’을 사는 것일까.‘인스턴트 인생’에는 영혼으로의 구원 보다도 현시적인 만족만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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