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부끄러울 필요 없는 서머스쿨

2005-07-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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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2부 차장대우)

여름방학을 맞은 시내 공립학교에는 요즘 서머스쿨 등록생들이 부지런히 등·하교하며 부진한 학업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뉴욕시 서머스쿨은 표준시험에서 낙제한 3~12학년생들에게 제2의 진급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무료 보충학습 프로그램으로 특히 자동진급 폐지 정책을 적용받는 3학년과 5학년 해당자에게는 필히 거쳐야할 과정이다.

시 교육국의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으나 서머스쿨 등록통보를 받은 한인학생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하지만 마치 한인학생들은 모두가 학업성적이 우수한 것처럼 그릇되게 비춰지고 있는 탓에 서머스쿨 등록통보를 받은 한인학생이나 부모들은 이를 부끄럽게 여겨 행여 누가 알기라도 할
까봐 쉬쉬하기 일쑤다.


결국 서머스쿨 등록까지 포기하고 사설학원에서 고액의 과외지도를 받게 하는 한인학부모들이 주위에 알게 모르게 상당수에 달한다.
이는 물론 한인 뿐만은 아니다. 매년 뉴욕시 서머스쿨 출석률은 시 교육국의 목표치를 훨씬 밑돌만큼 부진하며 상급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결석률은 더욱 높은 실정이다.

부모들은 서머스쿨이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따로 구분해 창피를 주려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낙제생들이 각 학년 수준에 맞는 학업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대한 지원해줌으로서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이어질 앞으로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고 성공적으로 학업을 마칠 수 있는 기초를 다지는 기회로 여겨야 한다. 때문에 서머스쿨 의무 등록이 표준시험에서 레벨 1 성적을 받은 낙제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벨 2 성적을 받은 합격생들까지 누구나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 개개인에 따라서는 물론 사설학원의 학습지도가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방학동안 사설학원이 실시하는 유익한 서머프로그램도 등록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무료로 제공되는 서머스쿨을 통해 가능한 빠른 시기에 자녀가 부진한 학업분야를 파악하고 보충학습지도를 받아 튼튼한
학습기초를 쌓을 수만 있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쓸데없이 부모의 체면을 세우려다 자칫 훗날 더 큰 실패를 경험할 우를 범하지 않도록 무엇이 자녀를 올바로 교육하는 부모의 책임과 의무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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