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그루의 사과나무 심기

2005-07-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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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수(한미장학재단 동북부지역 회장)

1969년에 유학생 출신의 뜻있는 사람들이 동참해 설립된 한미장학재단(Korean American Scholarship Foundation)은 워싱턴 DC에 위치한 본부 외에 85년 LA 서부지역, 91년에 애틀란타 남부, 93년에 시카고 중서부지역에 이어 2001년 뉴욕을 중심으로 한 동북부지역과 2003년
디트로이트 중심의 중동부지역 등 모두 여섯 개의 지부를 가진 뿌리 깊은 장학재단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이야말로 전세계를 경악시킨 9.11사태 이후의 초대 권태진 회장 및 한미장학재단 동북부지역 창설자들의 한결같은 마음을 대변해 준다.어려운 재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학업의 의지가 굳은 학생들이 한미장학재단의 도움을 받은 것은 창설 이후 현재까지 무려 3,000여명. 매년 30만달러 가령으로 총 지원금이 300만달러를 초과하는 이 장학금은 물론 예사로운 돈은 아니다. 원서를 보낸 후 애타게 결과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환경과 못지 않게 어렵게 수확한 한 푼 두 푼, 흡사 매년 단 15달러라도 우편환으로 한미장학재단에 빠짐없이 보내오는 소중한 지원자들도 있기에 새삼 성경의 ‘과부의 동전 두 닢’을 상기시킨다.


LG그룹, 교보생명 등 대기업 뿐만 아니라 뉴욕, 뉴저지의 현지 소기업들도 많은 장학금을 지원해 오고 있다. 이처럼 액수의 많고 적음을 막론하고 이들의 사랑과 우리 젊은이들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한미장학재단의 역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미국 내에는 사실 이미 한인기업을 비롯, 종교단체와 동창회를 위주로 엮이어 설립된 여러 장학재단이 있다. 원서접수로부터 엄정하고 공평한 심사과정을 검토하고 장학금 당선자를 선정하
는 것까지의 단계 뿐만 아니라 이어 시상식 행사과정까지 진행하려면 적지않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 장학금의 종류로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Merit-based Scholarship)과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부여하는 장학금(Need-based Scholarship)의 큰 두 갈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해마다 이같은 장학금 당선자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의외로 같은 학생이 여러 종류의 장학금에 당선되는 경우도 본다.

결국 상당한 액수의 지원금이 정작 필요한 학생들에게 공정히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응시하는 학생들의 욕구 자제를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더 나아가 한인 장학재단들 사이에 어떤 정보체제가 확립되어 서로 협력, 상부상조하는 관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한미장학재단은 장학금을 수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들이 미 주류사회에 성공적으로 동참, 굳건히 살아갈 수 있는 신념을 심어줄 수 있게끔 최대한의 안내 및 지원을 하고자 하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같은 꿈을 지닌 사람들이 한미장학재단에 장학금 기증의 형식으로 이같은 사업 실현에 동참하고 있다.

대뉴욕지구 한인보험재정협회에서 3년 전부터 본 장학재단에 매년 장학금 한 구좌를 지원해 온 것을 비롯해 엔디 김 추모장학재단(Andy Kim Memorial Scholarship Foundation), 파멜라 추 추모 장학금과 같은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들 재단은 해마다 고정 액수를 한미장학재단에 기부,
보다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있다. 바라건대, 보다 많은 장학재단들이 한미장학재단과 함께 장학금이 필요한 우리 학생들을 이끌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매년 백여매가 넘는 원서를 훑어보다 보면 정작 응시한 학생들 보다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가 장학금이 꼭 필요하다’며 ‘학교측에서 장학금을 받고 있으니 굳이 또 다른 지원금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자신의 자녀만을 지나치게 생각하다 정말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힘든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의 자녀들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 부모가 이혼한 상태에서 어머니는 뉴욕의 한 식당에서 찬모로 근무, 여동생은 뇌종양으로 하루살이 어렵게 살아가는 가정환경에서 제대로 공부가 될 리 없다. 매년 이렇듯 일하며 힘들게 수학하는 이런 학생들의 얘기가 적지않게 들린다.

입양아로 자라나 아이덴티티의 문제로 여늬 사회에 발돋움하기 두려운 학생들의 이야기도 읽는다. 장학금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감격하는 그들의 양부모의 얼굴에서 매년 한미장학재단의 신념을 되새김 하는 것이다.
부모, 형제, 자매 혹은 자녀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 실현하지 못한 꿈과 이상을 남은 가족들이 조금이나마 이룰 수 있는 기회를 한미장학재단이 제공하는 것이므로 뜻있는 많은 사람들의 동참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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