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만 두려면 빨리

2005-07-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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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심장내과 전문의)

지난 7월 초 노무현대통령이 웃통 벗고 한 청와대의 편집,보도국장들과의 간담회를 보며 처음에는 신선하고 잔잔한 감동까지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한 충격은 사라지고 실망과 안타까움이 스며들었다.

어쩌면 경험이 더 많고 더 다양한 지식과 지혜를 가진 언론인들에게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말과 예(例)를 일일히 열거하며 부연설명하는 그는 마치 지루해진 서당 아이들에게 진부한 설명과 시간을 끌며 가르치는 서당 선생으로 보였다. 그는 이어 “나를 도와주는 신문이 없다” “잘한 것은 칭찬해 달라”라고 주문할 때는 이 분이 국가의 수반인지 사춘기 소년의 투정인지가 분명치 않았다. 또 “국민들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라는 대목에는 실망과 분노까지 느꼈다.


믿음이란 화려한 화술과 ‘퍼포먼스’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어떤 어려움과 힘든 경우에도 자기의 말과 공약을 열심히 책임지고 일관성 있게 지켜 행할 때 조금씩 조금씩 쌓여 얻어지는 귀한 것이다. 그런데 노정권 2년 반 동안 조변석개(朝變夕改)로 발효한 정책과 공약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 백가쟁명식의 계획을 개혁이란 완장 아래 발효하고 매듭을 어떻게 했는지가 열쇠이다.

모든 일에는 인과응보이거늘 그는 반대로 국민을 탓하고 불평하는 소아병적인 오만함을 보였다. 또 “여소야대 때문에 정치가 힘들다”고 했다. ‘여소야대’도 국민의 선택. “대통령 못해 먹겠다”라고 한 그것도 국민의 결정이거늘 이 모든 상황과 결과를 자기중심적 해석으로만 해결하려는 그의 철학과 자기 과오는 전혀 인정하지 않는 그의 당연함을 볼 때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나 불행하고 불운한가를 느꼈다.

‘정권이양’ ‘못해 먹겠다’라고 말만 하지 말고, 하려면 빨리 하심이 어쩌면 후사에 귀한 일로 기록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 국민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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