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법정에서 알아두어야 할 요렁

2005-07-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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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관)

퀸즈 형사법원에는 경찰로부터 티켓을 받으러 나오는 소위 ‘서몬 파트(Summons Part)’라는 법정이 있다. 사건 내용이 구속할 만한 사건이 아니고 각종 행정규칙 위반에 해당하는 사건이 이에 속한다.
이 법정에서 한인들은 통상의 관례로 되어 있는 절차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첫째 가장 한인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판사의 질문을 똑똑히 듣고 묻는 질문에만 답해야 하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판사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묻지도 않은 자기 설명을 하려고 덤비는 경우를 많이 본다.


판사의 질문은 언제나 “유죄를 인정하느냐? 아니냐?(Guilty or Not Guilty?)”가 첫번째 질문이다.이 질문에는 ‘예스’ 아니면 ‘노’라는 대답 이외에는 아무런 말을 보탤 수 없다. 왜냐하면 이 법정에서는 유죄를 인정하면 그에 상당하는 벌을 선고하게 되지만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이 사건을 심리(trial)할 관할권이 없어서 다른 관할법정으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알아 둘 것은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에 사건을 연기하기 전에 혐의 사실을 가벼운 것으로 낮추어 주고 얕은 처벌을 주겠으니 유죄 인정을 하고 끝낼 용의가 있는가를 물어 한 번 더 기회를 준다.예를 들어, 자가용 차량을 상용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혐의일 경우에는 보통 티켓이 네 개 정도나 된다. 판사가 이 많은 위반 티켓 중에 가장 가벼운 것을 골라서 유죄를 인정하면 얼마간의 소액의 벌금으로 사건을 끝내 주겠다고 제시한다.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연기된 날에 공판할 법정으로 사건이 옮겨지는데 이 법정에서는 그 경찰이 출석해서 대질 재판을 하는 곳이므로 만약 경찰이 출석하지 않으면 한 번 더 사건을 연기하게 되고 두번째에도 경찰이 출석하지 않으면 사건을 기각한다.

경찰이 재판 날에 출석하지 않아 재판 기일을 연기하게 될 경우에 판사는 다시 한 번 이런 제안을 해서 기회를 주는데 대개는 본인에게 유리한 마지막 제안임을 명심해야 된다.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대개 가벼운 벌금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며 그 적용 조항도 운전면허증에 포인트가 가산되지 않는 다른 규정으로 바꾸어 주는 혜택이 있다.그러나 경찰이 출석하고 이런 판사의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아서 결국 사실 심리에 들어가 공판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사건 심리 결과 나의 무죄가 명백히 증명되면 그 이상 좋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대개의 사건에서 쌍방의 설명을 듣고는 어느 쪽의 진술이 사실인지 명백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판사는 대개 경찰의 진술에 신빙성을 주는 경향이 있어 결과적으로 유죄로 판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란 뜻이다.
게다가 재판 심리 끝에 유죄로 판결하게 되면 그 처벌은 원래 판사가 공판 전에 제시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진다.뿐만 아니라 차량에 관계된 사건이면 운전면허증에 포인트까지 올라가는 사유로 유죄가 되고 만다. 그러므로 무죄를 주장하려고 할 때에는 이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말하자면 나의 무죄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싸움은 피해야 한다는 뜻이다.한 사람이 빨강 신호등을 무시하고 지나갔다는 경찰의 주장이 터무니 없는 거짓이라며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게 되었고 공판에까지 가서 대질심문을 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빨강 신
호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본인은 단연코 그런 일이 없다고 전혀 상반되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이런 경우에 문제는 어느 쪽의 주장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고, 다만 판사는 양쪽의 진술을 듣고 어느 쪽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가를 결정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경우 공무 집행하는 경찰의 선서한 진술이 신빙성 있다고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사람의 경우에도 포인트가 올라가지 않는 소액의 벌금으로 사건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을 자
기의 결백만 생각하고 끝까지 밀어 부쳤다가 포인트에다 상당한 벌금까지 뒤집어 쓰고 말았다.
미국인들이 말하기를 한인들은 ‘Art of Compormise’ 즉 양보해서 이득을 보는 재간에 서툴
다는 지적이다. ‘흑’ 아니면 ‘백’을 고집하는 습성 말이다. 양보를 하는 것도 때로는 지혜
가 될 수 있는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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