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국 이슈 대 현지 이슈

2005-07-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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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취재2부 부장대우)

한국 재외동포재단이 12~14일 서울에서 개최한 ‘2005 세계 한인회장 대회’에 참석한 김영만 미주한인총연합회장은 미주한인사회가 재외동포법 개정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김 회장은 “병역을 피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해외동포에 대한 부정
적인 여론이 일어선 안된다. 이들에게서 특혜를 박탈하는 것이 해외 동포들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또 재외동포의 한국 선거 참정권, 이중 국적 부여 등에 찬성하고 해외동포청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고 한다.그러나 김 회장이 주장한 내용이 과연 뉴욕 한인들의 공통된 입장이고 바램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유학생들 위주로 뉴욕한인회가 발족한지 벌써 45년이 넘었고 현재 3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뉴욕한인들은 인구와 역사가 타 지역에 비해 매우 깊다.특히 세계 최대 다민족 도시인 뉴욕시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한인들은 이미 뉴욕의 주요 소수계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사회, 경제, 문화, 교육, 정치 등 다방면 분야에 깊숙이 파고들어 활동하고 있다. 특히 2세들은 각 분야 지도자로서 주류사회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즉 뉴욕한인사회는 이미 한국인 이민자들이 주가 된 소수계 집단 사회가 아닌 한국계 미국인들이 주역이 된 주류사회의 한 집단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뉴욕에서는 ‘해외동포청 설립’, ‘이중 국적 부여’, ‘한국 선거 참정권’ 등 이슈들이 과연 큰 지지를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 오히려 이를 추진하고 지지하는 일부 뉴욕한인들은 뉴욕보다는 한국쪽에 더 ‘관심’을 갖고 무언가를 노리고 있지 않은가하는 의심까지 사고 있는 실정이다.따라서 뉴욕한인사회는 한국 정부로부터 무엇을 바라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조국을 돕고, 지원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식이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어 때로는 ‘짝사랑’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미 국토안보부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4연방회계연도(2003년 10월1일~2004년 9월30일)에 미국 정부로부터 인신매매 피해자와 가족으로 판명돼 미국에서 합법체류할 수 있는 특별 비자(T 비자)를 받은 한국인이 51명으로 동 비자가 주어진 197개 국가 출신 외국인 중 5위를
기록했다.이는 한국의 국가적 망신이자 한국계 미국인 동포들의 위상을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내용이다.

‘2005 세계 한인회장 대회’에서 미주한인대표가 한국 선거 참정권, 이중 국적, 해외동포청 등 한국 쪽 이슈들 보다는 한국인들의 미국 인신매매, 무작정 이민, 반미감정 등 문제와 같은 현지 쪽 이슈들에 대한 한국정부의 관심 및 대책 마련을 촉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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