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커뮤니티센터 현실화

2005-07-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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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지난 7월4일 독립기념일, 전 미국은 이 날을 기념하면서 축제에 들떴다. 이날 밤, 뉴욕의 맨하탄 시포트에는 수많은 미국인들이 모여들어 장관으로 펼쳐진 불꽃놀이를 보고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때 맨하탄의 한 고층아파트에는 고뇌에 찬 한인 몇 커플이 모여 있었다. 모임의 주인공들은 바로 커뮤니티센터 건립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부부들이었다. 물론, 이 시각, 이들도 저녁을 함께 나눈 후 불꽃놀이를 보며 실로 오랜만에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

그러나 이들의 이날 만남은 커뮤니티센터 건물 구입에 대한 막바지 결정이라는 중대한 의미가 들어 있었다. ‘사야 하느냐’ ‘포기해야 하느냐’ 둘 중의 하나였다. 가까스로 찾은 건물을 보고 일을 저지르자니 자금이 문제이고, 말자니 너무나 아까운 기회를 놓쳐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뜻을 모은 동포들이 낸 순수 모금액 40만 달러(약정금 3만달러 포함)를 놓고 이날 이들은 의견을 집중적으로 교환했지만 한동안 명답이 없이 공전만을 거듭했다. 건물을 사게 되면 현재로선 모기지 부담이 너무 커 문제가 많을 것이고, 그렇다고 포기할 경우 어쩌면 영영
우리 한인들의 사랑방은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둥, 의견이 팽팽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번에 건물을 구입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 더 기금을 모은다 하더라도 부동산 값은 계속 오르고 게다가 한동안 가열돼 오던 한인사회 모금참여 열풍도 시간이 너무 흐르면 식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감 때문이었다. 실제로 건립추진 위원회가 시작한 기금모금
캠페인은 초창기 한인들의 뜨거운 동참으로 계속 기금이 모아졌다. 그러나 그 열기가 지난 인
도네시아 쓰나미 사건으로 인해 한인사회에서 또다른 모금운동이 전개되는 바람에 한동안 휴지
기가 있었다. 그 바람에 식은 불씨가 되살아나기에는 한인들의 건물구입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너무나 미약한 점이 문제였다.
이들은 앞으로 더 많은 기금을 모아 훗날 살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여러 가지 여
건을 고려해 어떻게든 이번에는 ‘꼭 사야된다’는 쪽으로 결국 의지를 굳혔다. 후손들에게 물
려줄 역사적인 유산이라는 이 대업은 1세들이 반드시 해 놓아야 하며 이를 위해 1세들이 희생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안타까움을 자
아내던 그 시각이 바로 밤 12시경, 이들은 그런데도 자리를 떠날 줄 모르고 마지막 결론을 도
출하기 위해 집중 의견을 나누었다. 난상 끝에 끌어 낸 결론은 ‘어떻게든 해보자’는 것이었
다.
처음엔 ‘포기’ 그러다 결국 ‘매입’으로 최종 합의를 도출해 내면서 이들은 모두 일치감에
서로 좋아 ‘하이 화이브’를 하고 얼싸 안았다. 그만큼 힘든 결정이었다. 또 많은 동포들이 좋
다고는 하면서도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아 그동안 걸어온 길이 너무나도 험난했다. 그러나 이
들은 이루어 내었다. 자신들의 자산이 아닌, 동포들의 염원인 ‘사랑방’ 건물 구입에 성공한
것이다. 이들의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 동포들의 뜨거운 동참에 힘입어 멈춰지지 않을 것이다.

출범부터 이들의 모습을 지켜본 필자는 만날 때는 언제고 자기 주머니에서 돈을 내 밥을 먹고 할 정도로 동포들의 기금을 단 한 푼도 건드리지 않는 태도와 모금내역을 일일이 공개하는 돈에 대한 투명성을 보았다. 또 동포들이 참여한 기금으로 반드시 이 과업을 완수해 보겠다는 희
생적인 정신, 그리고 의지를 엿보면서 이 사업은 동포들의 참여만 좀더 끌어내면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겠구나 하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결국 이 확신은 현실화 되었다.

이제 한인사회도 한인 밀집지역인 플러싱에 버젓한 우리만의 확실한 건물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곳이 제대로만 지어지면 한인들이 마음껏 드나들며 부담 없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건물은 자손 대대 넘겨져 후세들이 선조들이 남겨준 유산을 자랑스러워하며 그곳을 한인사회 구심체로 하나의 결집력을 이루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왜 망설여야 되고 주저해야 하는가. 이제 우리는 어려운 첫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시작은 이제부터다.

각자가 다 내 집 가꾸듯이 정성을 모아 건물을 키워 나가야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일이요, 개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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