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어쩌자고 불체자 문제 옥죄나

2005-07-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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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국무부가 불법체류자의 처벌조항을 새삼스럽게 홍보하고 있다고 한다. 불체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아닌가 하여 당사자인 불체자들은 물론 불체자를 많이 고용하고 있는 한인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불체자들의 구제를 포함한 이민법 개혁작업이 연방의회에서
여러 갈래로 진행되고 있는 이 때 느닷없이 불체자들을 옥죄려고 하는 이같은 움직임은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불체자 고용주의 처벌을 강화한 법조항은 1980년대 이민 대사면과 함께 마련한 개정이민법의 내용에 포함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불체자의 고용주는 불체자 1인당 1만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받게 되며 최고 6개월의 실형을 받을 수 있다. 또 고용주나 업소가 불체자의 취업을 돕기 위
해 허위로 서류를 작성하거나 보관하거나 당국에 제출했을 경우 최고 5년의 실형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 법조항은 지금까지 실제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다. 이민당국의 인력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거의 20년간 불체자의 고용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 지금은 미국내의 불체자가 1,100만명에 이르렀고 이들이 대부분 일을 하고 있다. 이제는 그 많은 불체자의 직장을 단속할만한 인력도 없을 뿐 아니라 단속을 해서 미국에 결코 유익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불체자들이 단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 고용상태에 있다는 것은 미국에 불체자들의 고용에 대한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반증해 준다. 만약 지금 불체자들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강행한다면 어떤 사태가 발생할 것인가. 불체자들이 직업을 잃고 지하에 숨어 절반 이상이 범죄자로 전락하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 뿐 아니라 불체자를 고용하던 소기업이 몰락함으로써 미국경제 전반이 침체와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간과한 채 불체자 문제를 정치적으로 판단한다면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뉴욕주의회에서도 불체자 고용업주와 업소에 대해 영업 허가를 취소하고 5년간 허가 신청을 거부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소 뿔을 고치려다가 소를 잡는다는 ‘교각살우’라는 말처럼 불법체류자로 지탱되는 뉴욕 경제를 어쩌자고 이런 법안을 만들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불체자 문제는 지금 연방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포괄적 이민법안(사오이) 등 이민개혁의 방향에 따라 처리되어야 한다. 그 전에 어쩌구 저쩌구 한다면 이민개혁을 방해하는 행위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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