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동업 조건은 꼭 문서화해야

2005-07-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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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택준(취재2부 기자)

최근 사무실로 한 통의 제보전화가 걸려왔다.내용인 즉슨 자신과 동업으로 비즈니스를 하던 사람이 동업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사업이 잘 되자 자신을 내쫓으려 한다는 것이었다.

제보 전화를 한 사람을 만나 ‘어떻게 된 것인지?’ 관련 내용을 들어봤다.자신의 약점을 잡고 자신으로부터 투자금액만 받아가고는 이익을 전혀 분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제와서는 사업이 잘 되자 자신을 ‘팽’ 시키려고 한다는 내용이었다.상대방도 만나서 입장을 들어봤으나 누구의 말이 맞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누구의 주장이 사실인지 판단하는 것은 기자의 몫이 아니라 법원에서 할 일이다.제보내용을 취재하면서 이런 갈등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모두가 한국적 사고에서 상대방을 믿고 서류를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는 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선배도 같이 동업 하던 파트너로부터 큰 금전적 피해를 입었으나 동업과 관련된 서류를 제대로 해 놓지 않아 손해만 보고 지금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한인 사회에서 이런 분쟁은 대표적인 영주권 사기부터 운전면허 사기, 결혼 사기, 비즈니스와
관련된 것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외국에 도착하면서 흔하게 듣는 말 중 하나가 ‘한인을 조심하라는 것’이다.

머나먼 이국땅에 와서 같은 한국인을 만나면 반가워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말을 듣게 된다는 것은 분명 불행이다. 이민생활의 비애도 느끼게 한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경제적인 면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며 오랜 시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가 상대방을 믿고 거래를 하거나 사업을 하는 것은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좋을지 모르나 만일의 경우, 모든 것은 법적으로 효력를 갖는 서류가 있어야 피해를 방지할 수가 있다.

어렵게 오게된 이민생활을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이끌기를 원하는 것은 모두의 바램인 만큼 미국 생활을 하면서 모든 것을 문서화 하는 습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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