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래침도 좋다 핵만 폐기된다면

2005-07-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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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재(리버티뱅크)

우리 풍습엔 너나 할 것 없이 잔치를 치를 때는 “차린 것은 없지만 꼭 오세요”가 일상화 된 인사였고 빈부귀천 따지지 않다 보니 “작년에 왔던 각설이…”의 품바꾼들도 거하게 한 상 받는 것이 민족 고유의 잔치 인심이고 전통이었다.그런데 평양의 잔치집이 얼마나 잣달고 쫀쫀하면 누구는 오고 누구는 오지 마라 하니 치사하기 한량이 없다. 처지가 이런데도 기를 쓰고 가겠다는 사람들이 염치나 배알이 있는 사람들이었는
지 모르겠다.

6.15 평양 대축전이란 김대중 정권이 조자룡 헌칼 쓰듯 십수억인지 수십억인지의 달러뭉치를 골방 뒷문을 통해 진상하고 영수증조로 받은 잔치의 이름표다.‘소금 먹은 놈이 물 켠다’고 먹은 것이 있으니 입 닦을 수 없어 인사치례로 하는 것인데 된장인지 X인지도 구별 못하는 정치꾼들이나 분홍색 분자들이 그 알량한 잔치에 참석하려 목을 맸던 것은 백두산 정기를 타고난 황제-(신의 아들이라 하니 성자(聖子)라고 해야겠다)-에게 눈
도장이라도 찍으려고 그 난리를 피웠을 것이다. 먹으러 간 것인지 차려주려 간 것인지 도무지 헷갈려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방문단의 대표인 장관은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황제 폐하(?)를 알현하고 보통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어마어마한 선물보따리를 안긴 모양이다.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보면 기절할 국민이 많아 그 부작용을 우려한 때문일 터인데 “나중에야 삼수갑산을 갈 지라도
내 멋대로”라는 용기와 오기가 가상하다.

노자비육불포(老者非肉不飽)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야채나 과일로 상다리가 휘어져도 고기 없는 잔치상은 아무리 먹어도 배 부르지 않다는 뜻인데 요즘 ‘다이어트’니 ‘웰빙 식품’ 하며 요란을 떨지만 우리가 염소도 토끼도 아닌데 풀만 먹고 어찌 살겠는가.

잔치상에 고기가 없는 것은 당장 죽느냐, 사느냐 하는 핵문제가 빠진 것과 똑같은 형상인데 영양가도 별 것 아닌 이런 저런 회담 재개가 성사됐다고 왕나팔을 불어대며 “성은이 망극하다”는 얼굴인데 우리쪽 장관인지 저쪽 황제의 대변인인지 구분이 안 된다. “정부의 고관들이 어련히 알아서 하는데 무슨 말들이 그렇게 많은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라”는 당당한 표정이다.

네티즌들의 용어를 빌어 “많이 알려하면 다쳐”에 ‘묻지마 선물’이다. 꼭 제 닭 잡아먹고 미소짓는 장님 같아 가슴이 아리다.
빨갱이에 매국노 소리까지 들어가며 ‘일편단심 민들레’를 오매불망 노래했던 김대중 정권도 뭐 주고 맞은 뺨에 검붉은 멍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이 판국에 알맹이 없는 만두껍질 몇개 받아놓고 감읍하는 행태가 눈물겹도록 가련하다.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것 같아 대단히 죄송스
러우나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론 샴페인은 시기 상조요, 한 마디로 노(No)이다. 근.현대사를 통해 히틀러, 스탈린, 모택동, 크메르 루즈, 폴포트 등 대량학살의 괴수들이 아무리 포악했다 해도 김일성 부자 만큼 악랄하고 교활하고 끈질긴 독재자는 유사이래 전무후무할 뿐더러 예수를 유혹했던 사탄 쯤은 단체로 덤빈다 해도 아침 해장거리도 안된다.

인간이 신의 영역까지 침범할 만큼 과학이 발달되어 하늘의 분노가 지구 멸망의 빌미 될까 걱정하는게 21세기의 오늘이다. 굶주리는 백성에게 밥은 커녕 “장군님은 솔방울로 폭탄을 만드시고 모래알로 쌀을 만드신다. 장군님은 물위에 종이 한장을 펴시고 강을 건너신다. 장군님은
하늘이 내신 신입니다”고 가르친다. 숨 쉬고 재채기 하는 방법까지 일일히 김정일의 지시를 받고 남북회담에 임하는 북한 대표들도 그 책으로 공부한 세대들이다. 산모의 태 밖에서 양수의 물기가 마르기 전부터 반세기 동안 받아온 세뇌교육의 수강자, 전수자들이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무력 적화 야욕에는 모기 눈물 만큼의 변화도 없다. 필자가 희대의 거짓말쟁이가 되고 이 글을 읽은 모든 독자들이 이 얼굴에 침을 뱉는 날, 핵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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