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정치가 소꿉놀이냐

2005-07-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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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한국에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후 모든것을 바꾸어 놓겠다는 개혁바람이 불었는데 확실하게 한가지 바뀐것이 있다. 그것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말이다. 듣는 사람이 어찌 생각하는지, 자신의 인격이 어찌 되는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여과되지 않은 거친말을 마구 지껄이는데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놀라운 혁신이라고나 할까.

대통령의 말 때문에 한강에 투신자살한 기업체 사장이 있는가하면 국무총리의 말이 국회를 파행시키기도 했다. 이런 정치인을 상대로 하는 말을 곱게만 할 필요가 있겠는가. 고관대작도 아닌 한낱 필부인 필자가 교양없는 말로 정치를 때리더라도 독자들은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한국은 나라가 작고 한국사람들은 단점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재주도 많고 능력도 대단하다.


최근에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성과라든지 세계에서 인정받는 반도체기술은 21세기의 과학문명을 선도하고 있다. 과학뿐아니라 비즈니스 활동도 탁월하고 또 스포츠 실력은 어떠한가. 양궁과 태권도는 물론 최근에는 골프계에서 한국선수들이 판을 치고있다. 세계4강의 신화를 만들어낸 축구도 빼놓을수 없다.

그런데 뭔가 부족하고 처져있고 불만스런 기분이 가시지 않고 있으니 무엇 때문일까. 바로 정치 때문이다. 정치가 한국을 망치고 있어 한국사람들이 열심히 잘해서 올려놓고 있는 점수를 모두 까먹고 앞날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조그만 나라가 둘로 쪼개져 있는데 한쪽에서는 김정일이 그렇게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노무현이 그렇게하고 있으니 문제는 다른데 있는것이 아니라 웃대가리에 있는것이다.

간단하게 살펴보자.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후 “다 깽판쳐도 남북문제만 잘 되면된다”고 말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 2년반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정말 다 깽판을 치고 말았다.보혁갈등과 행정수도 문제로 인한 지역갈등으로 국민들의 분열갈등을 심화시켰고 경제는 죽여놓고 부동산은 폭등시켜 놓았다. 한미동맹은 삐걱삐걱하고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문제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이렇게 다 깽판을 피고 남북문제는 잘 되었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북한쪽에서 볼 때 남북문제가 잘 되었을 뿐이다. 북한에 핵무기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핵문제를 내세워 남한을 겁주고 한미관계를 이간질 시키고 쌀 받고 비료 받고 한국 정치인들을 해바라기로 만들고 그러고도 아직 무엇을 더 뺏어 먹을려고 한국을 잡아당겼다 놓았다 하는데 노무현정부는 거기에 놀아나고 있다.

한국의 정치가 얼마나 엉터리인가 하면 입만열면 서민정치를 운운한 정부가 해놓은 것은 서민
을 못살게 하는 정치만 했다. 부동산 값이 천정부지로 뛰니 서민이 집을 살수가 있나, 경제가
풀려야 그나마 서민들에게 콩고물 팥고물이라도 돌아가지, 외환자유화다 해외부동산 투자 자유
화를 해도 서민들이 돈이 있어야 사지, 결국 부자만 좋은세상을 만들어 주고 있는것이다. 그 뿐
아니라 언필칭 인권변호사출신이라는 대통령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
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한때 “대통령을 못해먹겠다”고 말했던 그는 요새 또 어린아이 같은 말을 하고 있다. 국회는
장관해임건의안을 결의할 수 있는데 대통령은 국회해산권이 없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며 여소
야대의 국회로는 일을 제대로 할수없어 연정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말이 안되는 말이다.
무슨 이유에서든 대통령을 할수없으면 안하면 그만이지 이래서 못하겠다, 저래서 안되겠다고
하는 말은 어린아이나 하는말이 아닐까 .
국회해산권은 내각책임제의 정부형태에서 수상에게 주는 권한이다. 내각책임제에서는 국회가 행정부를 조직하기때문에 행정부보다 국회가 월등하게 우월한 지위에 있다.

그러므로 삼권분립의 기초위에 견제와 균형을 조화시키기 위해 수상에게 국회해산권을 주게된다. 그러나 대통령 중심제의 정부형태에서는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반이므로 행정부의 권한이 막강하게된다. 여기에 국회해산권까지 준다면 대통령에게 독재자가 되라고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는 여소야대의 국회를 운운했지만 지금도 국회의석수는 여당이 야당보다 많다. 설혹 여당이 야당보다 의석수가 적다고해서 정치를 못하겟다는 말은 있을수 없다. 그것은 여당이 일을 한데 대해 국민이 준 의석이다. 그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 국정을 수행해야 하며 그래도 역부족이면 야당이 될수밖에 없다. 과거 탄핵정국 직후 총선에서 여당이 압도적 승리를 했는데 그 많은 의석으로 도대체 해놓은 일이 무엇인가. 떡 못하는 사람이 안반타령하고 못생긴 사람이 옷타령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미국에 사는 우리가 한국정치에 대해 감놔라, 대추놔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소꿉장난하는 어린아이들처럼 정치를 하는것을 볼때 한국에 그렇게도 사람이 없는가하는 한심한 생각이 든다. 이런 사람들에게 피땀흘려 번 돈을 세금으로 내는 국민들이 안됐다는 생각도 들고 모두들 잘하고 있는데 정치가 그 모양이라는 것이 안타깝기만 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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