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부동산 재태크(I)

2004-09-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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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부 차장)

플러싱 인근의 한 조그마한 샤핑몰에서 세탁소를 하고 있는 김씨는 아직도 5년전의 일을 잊지 못한다.

어느 날 가게로 찾아온 건물주가 앞으로의 리스 계약에 대해 얘기하다가 100만달러 정도에 건물을 인수하지 않겠냐는 제의를 했다. 당장 그정도의 돈도 없었고 굳이 골치아프게 건물을 구입할 필요가 있겠냐 싶어 거절했다.


3년정도가 지난 뒤 어느 정도 돈도 모으고 해서 김씨는 새로 건물주가 된 사람에게 건물 시세를 물어봤다. 500만달러 이하로는 1센트도 깍아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듣고 김씨는 3~4년 사이 5배 장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음을 통감했다.

역시 5~6년전 얘기다. 맨하탄에서 생선가게를 하던 이씨는 건물주로부터 리스를 재계약하고 싶으면 건물을 사라는 강요를 받았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주위에서 돈을 융통해가며 가까스로 건물을 구입했다. 이씨는 지금 렌트 수금하면서 가끔 골프치러 다니는 등 편하게 살고 있다.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한인 비즈니스업계에서는 ‘부동산이 최고’라는 인식이 높다.열심히 일을 해도 경기는 좋아지지 않고 렌트는 오르기만 하니, 그럴만도 하다. 부동산 가격은 5~6년전, 아니 2~3년전하고 비교하더라도 2~3배씩 껑충 뛰었다.

이같은 부동산 가격의 고공 행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가 관심사다.내년쯤 경기가 활성화되고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 주택이나 건물 등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일부의 예측도 있다.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불경기가 겹치면서 부동산 가격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구입한 집을 다시 팔아도 은행 모기지를 갚지 못해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그러나 대부분은 부동산 가격이 그때처럼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경기를 지탱하는 힘 중의 하나가 부동산 경기이며 80년대 후반처럼 고용이 부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누구나 부동산을 구입한다고 돈버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고 부동산을 갖고 있다고 해서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보다 확실하고 정교한 부동산 재테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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