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뒤만 보면 갈 길은 멀다

2004-09-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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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뉴저지)

한국은 지금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 청산이 필수적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것이 맞는 말인지 외국의 사례를 좀 살펴보자.우선 이웃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으로부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두 도시의 원자폭탄의 세례를 받아 수십만명의 사상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의 죄를 뉘우치고 있다.

힘이 모자라는 것을 알고 강대국과의 유대만이 생존의 길이라는 것을 재빨리 인식하고 미국편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경제 발전을 이룩해 지금은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경제부흥의 선구자인 등소평은 집권 후 문화혁명 당시 두 차례나 투옥되었고 그 기간중에 적위대로부터 기습당해 친자식이 반신불수가 되었음에도 국민들간의 갈등을 최소화시키기 위하여 모택동의 시책을 일부만을 시정하고 업적을 그대로 인정했다.

오직 국가 발전을 위해 폐쇄했던 외국자본의 유입을 개방하여 투자를 장려하여 오늘과 같이 세계 제1의 투자유치 국가가 되어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또 세계 최후의 흑백 차별국가였던 남아프리카에서는 영국이 수백년 동안 해 온 식민통치에 반대하여 27년간의 옥중생활을 한 만델라가 국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으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으로부임하면서 자기를 투옥시키고 국민들을 식민통치기간 탄압했던 영국인 총통을 자기의 보좌역인 부통령으로 임명하여 흑백 갈등을 해소하고 건전한 국가를 건설하여 세계평화상까지 수상하며 지도자로서 존경받고 있다.

북한은 과거청산을 잘못한 정권으로서 정권 출범 60년 전에는 남한보다 국민소득이 2배나 높았고 70만kw의 압록강 수풍댐의 수력발전소, 장진강 발전소, 흥남비료공장, 청진의 정어리공장, 남포의 동양 제1의 제련소와 공업지대 등 당시 동양의 어느 나라도 북한에 비견되는 나라는 없었다.

그러나 북한이 친일로 과거를 캐고 계급으로 과거를 묻고, 사상으로 과거를 따지다가 끝내는 자기 코드에 충성하는 사람만 살아남아 마침내 300만명이 굶어 죽는 지구상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부산항이 세계 제3위의 물류항이었던 것이 두 차례의 화물연대 파업으로 지금은 제5위로 떨어졌고 동북아의 물류중심국가로 건설한다고 외치던 구호도 물거품으로 되어가고 있다. 거리와 공장 주변에는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노조원들의 데모와 촛불 든 젊은 남녀들의 시위가 90년도 이후 최고인 330건이 발생하여 종업원 1,400여명의 공장이 폐쇄하는가
하면 중소기업체들은 너도 나도 해외로 공장을 옮겨 지금 중국에는 한국기업들이 일본과 미국기업을 제치고 무려 35억2,000만달러를 투자해 제1위의 투자국이 되었다.

국내에서는 젊은 실업자들의 일자리를 찾으러 해외로 나가는 실정이고 또 세금 못내 집이 공매되는 건수가 7월 말 현재 2만768건이나 되어 2년 사이 10배가 늘었으며 물가는 3년만에 최고인 4.8%가 급등하고 중소기업주들의 65%가 이대로 가면 3년 버티기가 어렵다고 한다.

금년 말까지는 국고 채무(빚)가 무려 200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하는 비관적인 소식인데도 정부는 무려 45조6,000억원의 건설 비용이 소요되는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국민의 63%가 이전을 반대하고 이 비용으로 경제 회생을 요구함에도 정부는 퇴진을 걸고 강행하겠다고 하니 언제 경제대국과 어깨를 겨눌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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