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9.11 3주기를 보내면서

2004-09-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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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지난 주말 TV방송은 온통 9.11테러를 기념하는 행사로 화면을 장식했다. 테러로 인한 악몽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시간이 3년이나 흘렀다. 그날의 악몽은 아직도 가시지 않은 채 경제는 여전히 곤두박질치고 있고 유가폭등으로 인해 살림살이도 엉망이고 이래저래 겪는 고통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이 언제 풀릴지 지금으로서는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다. 돌이켜 보건대 9.11 테러도 어찌보면 전쟁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무리 9.11같은 사태가 일어나도 인류역사는 아픔을 딛고 발전해 왔다. 때문에 전쟁이나 다를 바 없는 9.11사태를 돌아보며 우리는 이를 오히려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메시지를 얻어야 할 것 같다. 9.11 여파로 인해 현실은 극도로 어렵지만 그래도 미국은 여전히 전진해 나가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세계 경찰국가로서 지구상에 강한 힘을 과시해온 게 사실이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대의 아래 그동안 미국은 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전쟁을 치러왔다. 어떻게 보면 전쟁이 불가피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외국과의 전쟁을 통해 잃은 것 이상으로 나라의 발전을 꾀했고 그러면서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왔다.

이씨 조선 고종 당시 문호개방을 할 때 미국이 한국에서 한 행보를 보아도 미국이 어떤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이나 소련, 일본 경우 제일 먼저 공관을 어마어마하게 지어 자국의 힘을 과시한데 반해 미국은 지금까지 존재하는 대사관을 지은 것이 고작이었다.

그리고 일본은 한국에서 전쟁에 필요한 나무나 놋그릇 등을 뺏어간데 반해 미국은 한국에 제일 먼저 전기를 가설해 준 나라이다. 이런 점을 미루어 보면 테러근절을 이유로 벌인 대 이라크 전쟁에서도 미국이 큰 이득을 얻어내 나라의 발전과 성장을 꾀할 것임엔 분명하다.

이런 것들이 오늘날 미국을 세계 초강국으로 만든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런 식으로 항상 부강하고 또 앞으로 계속 전진하는 나라이다. 남이 갖다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쟁취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명분만 있으면 파나마에 가서 수상을 잡아오지 않나, 쿠바를 봉쇄하지 않나, 후세인을 잡는다고 이라크를 치질 않나, 알고 보면 미국은 이렇게 안 하면 힘이 빠지는 나라이다.

그 동안도 그랬지만 지금의 이라크 전쟁도 민주주의 국가를 더 많이 세계에 심고 경제적으로도 더 부강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가 이곳에 산다는 것 자체가 혜택이라면 혜택이다.

한국은 이라크 전쟁에서 인질 한 명 죽어도 난리를 쳤지만 미국은 수많은 병사가 죽어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만큼 뒤에 큰 이득이 있으면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이런 것을 보면서 생각되는 것은 미국인의 특성이 모든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일사분란하게 수습, 지혜를 모으는 일에 전 국민이 의견
을 같이한다. 그러므로 손해를 보지 않는 나라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부정적이어서 이득은 하나 없이 에너지만 소모한다. 일이 채 성사되기도 전에 지치고 피곤하고 힘이 빠지고 또 이내 그 일을 잊어버리곤 한다. 9.11 사태 이후 우리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혼란을 많이 겪었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크게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어 보인다. 아무리 힘들었어도 9.11로 인해 망했다고 하는 미국기업의 소식은
거의 없다. 이들에게 9.11은 엄청난 충격이긴 하지만 하나의 지나가는 불행한 사고에 불과하다.

단지 우리같이 기반이 약한 소수민족에게나 어렵고 힘든 문제이다. 우리는 이를 직시해야 한다. 이유는 저력이 있느냐, 없느냐 차이이다. 저력은 내가, 내 가정이, 그리고 내가 속한 사회가 같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저력은 남의 문제가 아니고 바로 나 개개인의 문제이다.

저력이 없다고 남을 탓할 필요가 없다. 탓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는가. 우리도 오랜 시간을 두고 어떻게든 저력을 만들어야 한다. 저력이 없으면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쓰러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뿌리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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