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웰빙 유감

2004-09-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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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렬(건축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대한 현대인의 욕망은 ‘웰빙 라이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돈과 시간의 여유가 이런 것들을 해결해 준다고 착각하고 있지나 않은지?

음식은 유기농 식품만 먹고 요가나 아로마 스파 등을 즐기고 명품으로 몸과 집안을 치장하여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지? 혼자서, 혹은 비싼 돈 들여 ‘잘 먹고, 잘 입고, 잘 놀자’를 웰빙 라이프라 치부하여 호사가들의 과시욕처럼 폄하하고 애매모호한 정체불명의 단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물질적인 것에 연연하지 않고 몸과 마음의 조
화를 통해 건강한 삶을 이루는 것, 천천히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는 마음, 잠시라고 짬을 내 내 몸을 움직이려 하는 습관이 바로 웰빙”이라고 말한다.

나의 웰빙 라이프 스타일은 단순하고, 쉽게, 즐겁게, 깊게, 만족하며 범사에 감사하는 삶을 산다.“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말이 있듯 당장 눈앞의 작은 것들 보다 먼 훗날을 보며 산다. 남을 미워하는 마음을 줄이고 나의 나쁜 습관을 고치려 노력한다. 용서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한다. ‘용서’는 배설이기 때문이다. 배설하지 못하면 대장에 독이 생긴다. 머리로만 아니라 가슴으로 용서 못하면 병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작은 선행이라도 매일 하려고 노력한다. 성숙한 사랑과 참된 우정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선은 힘을 솟게 해주고 사랑은 그 힘을 행할 수 있게 해 준다. 각자에게 주어진 재능과 특기를 살려 선을 실천하며 어둡고 구석진 곳을 따뜻
한 시선으로 감싸 안는다면 우리 개인 뿐 아니라 가정, 사회가 다 웰빙이 되지 않을까.

변명하지 않고 남을 비난하지 않고 내 탓으로 돌린다. 남이 잘 되는 것을 기뻐해 주고 칭찬한다.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투자한다. 꿈을 가진다.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을 더 즐긴다. 자기에게 정신적 만족을 주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포기하지 않는다.

낙천적, 긍정적인 사고를 한다. 많이 웃는다(20초 동안 크게 소리내어 웃으면 에어로빅 5분 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웃음은 고민에서 해방시켜 주고 열린 생각을 갖게 해 준다.

나눔을 실천한다. 나눔이 진정한 나눔이 되려면 버림이 필요하다. 재물과 명예와 생명에 대한 집착과 애착인 인간의 본성을 버려야 한다. 인생의 부끄럽고 추한 모습은 거기에서 나온다. 그것은 어리석은 자로 만든다. 멋진 인생은 버림에 있다. 자유롭고 여유로운 인생은 버림으로부터 온다. 고독을 사랑한다. 고독에서만 뿌리를 펴는 삶의 싱싱한 속삭임을 들을 수
있기 대문이다.

너무 오래 살려고 애쓰지 않는다. 죽을 때는 당당하게 여유롭고 품위있는 죽음을 공부하고 준비한다. 최후의 말로 멋진 독백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저 노력한다. 평범한 일에도 최초조해하지 않는다. 뒷공론에 대해서는 귀머거리, 수치에 대해서는 장님, 실수를 보고도 벙어리가 된다. 안달하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다.시간을 아낀다. 문제를 뚫고 나간다. 곁길과 쉬운 길을 찾지 않고 정도(正道)로 간다. 하루를 희망으로 설레이는 아침을 맞는다. 남의 말을 경청해 준다. 따뜻하고 의롭고 아름답게 살고저 노력한다.

사는 맛과 멋을 즐긴다. 새로운 것을 찾고 경험한다. 정겨운 대화를 할 수 있는 친구를 많이 만든다. 있는 체, 공정한 체, 강직한 체, 청렴한 체 사탕발림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폼나는 삶, 행복하게 보이는 삶이 웰빙이 아니다. ‘얼짱’ ‘몸짱’ 보다 ‘마음짱’ ‘사랑짱’을
추구한다.

가끔은 남자도 행주치마 걸치고 손수 봐온 장바구니를 꺼내 요리를 하고 아내도 피곤하다는 핑계로 소홀히 하지 말고 기왕이면 참된 식도락가가 되어 육신의 건강, 정신의 건강을 함께 지킬 수 있는 여유와 가족들의 화목을 창출한다. 나이와 분수에 맞게 산다.

경제는 삶의 수단이지 결코 목적이 아니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라고 공자는 말했다. 인생을 참되게 즐기는 것이 웰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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