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공화당 전당대회가 남긴 흔적

2004-09-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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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수(취재부 부장대우)

공화당 전당대회가 나흘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친 다음날인 3일은 체증이 뚫어진 듯 시원함을 느꼈다.

공화당 전당대회로 생활에 큰 타격을 입거나 직접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테러 경계로 정신적으로 꽤나 긴장했었던 것 같다. 아침마다 혹시 도로가 밀리지는 않을지 뉴스를 듣고서도 어디로 갈지를 고민했었다.


전당대회 기간 맨하탄은 한번도 나가지 않았지만 미드타운 행사장 옆과 앞의 도로가 봉쇄되고 버스며 전철의 노선에 변화가 오고 일부 도로에는 통행이 규제된다는 뉴스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특히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퀸즈 엘머스트 방문일인 1일 저녁 롱아일랜드 익스프레스웨이 서쪽 방향을 칼리지 포인트 출구에서 폐쇄하고 경찰차량 수십대가 빨강 불을 켜고 서있는 모습은 9.11 테러 당일 저녁 퇴근길에 느꼈던 것과 같은 공포로 다가왔다.

현 미 대통령이 속해 있는 공화당은 맨하탄에서 전당대회를 가지면서 자신들의 선거 분위기를 최대한 고조시켰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선제 공격론을 뒷받침하기 좋은 9.11 테러의 영웅인 뉴욕시 소방대원들로부터 지지를 끌어내고 또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연설 등을 통해 미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맨하탄 뉴요커들과 반전·반부시 시위에 참가자들은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전당대회에 참석하는 귀빈들의 특별 대접으로 서민들은 눈 앞에 있는 가야할 곳도 멀리 돌아가야 했으며 대의원들이 가는 곳은 들어갈 수 없는 홀대를 받았다. 이 지침을 순종하지 않을 경우는 경찰에 체포되는 일까지 당했다.

부시 대통령의 전당대회 마지막날 발표된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됨에 따라 미국 대선이 본격적인 경주에 돌입했다.이번 전당대회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한인들도 빨리 정치력을 키워 정치 귀빈으로 대접을 받도록 선거에 참여해야겠다는 것을 다시 새겼다. 또 이런 전당대회 때문에 찬밥 신세되는 경우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신호범 워싱턴주 상원의원처럼 한인 정치인들이 빨리 많
이 배출되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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