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제시된 이민정책

2004-09-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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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성(청년학교 사무국장)

공화당 전당대회가 뉴욕시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를 정점으로 미 대선은 종착역을 향해 본격적인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후보인 부시대통령은 여러가지 사안에 관한 자신의 입장과 정책을 밝힐 것이다. 특히 앞으로의 4년, 더 나아가 수 년 동안의 이민자 커뮤니티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이민자 정책에 대해 그가 어떤
발언을 할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공화당 전당대회를 맞는 우리 코리안 아메리칸 커뮤니티는 지금까지 부시 후보가 이민자정책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여왔으며 우리는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7일, 백악관에서 전국의 모든 이민자 커뮤니티의 시선을 집중시킨 부시대통령의 특별담화가 있었다. 이 날의 행사에 초청된 수십 개의 대표적 이민자단체 대표들은 내심 부시대통령이 상당히 개선된 이민자정책을 발표할 것을 기대하였다. 결론은 실망과 절망이었다. 이 날 부시가 발표한 임시노동허가 프로그램은 900만에 달하는 서류미비자 문제를 근본
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너무도 미흡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가 제안한 정책의 핵심은 한 번의 연장이 가능한 3년의 유효기간이 있는 임시 노동허가서를 신청할 수 있으며, 그 기간 동안은 합법적인 체류신분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부시의 제안은 서류미비자들이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될 수 있는 구체적인 과정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결국은 부시의 제안은 서류미비자들이 합법 신분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추방을 위한 덫으로 쓰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부시의 제안은 특정 계층에게만 이익을 안겨다 주는 단기노동자의 무한정 공급만을 초래할 것이며 전체 서류노동자의 3분의 1 정도와 이민노동자 자녀들과 가정주부들을 서류미비 상태로 방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할 것이다.

나날이 고통받고 있는 이민자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하여 청년학교를 비롯한 이민자 단체들은 부시행정부와 의회에게 ‘포괄적인 이민개혁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해 왔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요구는 대답 없는 메아리로 되돌아올 뿐이었다.

포괄적인 개혁안은 커녕 드림엑트와 애그잡과 같은 부분 개혁안도 법제화 되어 실행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부시의 제안이 라틴계의 표심을 의식한 홍보활동 이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부시의 특별담화 발표 이후 9달이 지나도록 그가 이끄는 행정부와 국회에서 새로운 이민법
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민자에 대한 추방과 감시활동은 나날이 포악해지고 있으며 뉴욕주의 경우 이제 서류미비자들은 운전면허증까지 박탈될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십 수년간 청년학교는 이민자 권익옹호 활동을 해 오면서 우리 코리안 아메리칸 커뮤니티의 수많은 동포들이 부시행정부의 잘못된 이민정책으로 인해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을 목격해 왔다.

가족과 결합하지 못하고 운전도 할 수 없으며, 자녀들의 대학 진학도 안되는, 한 마디로 정상적인 가족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고통받는 동포들의 한숨이 우리 커뮤니티를 뒤덮고 있다.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시대통령은 답해야 한다. 실행 불가능한 공약만 제시하고 이민자의 삶에 무심한 지금까지의 태도는 버려야 한다.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이민개혁안을 밝힘으로써 이민자가 미국의 시민으로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

이민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탄압을 중지하고 이민자들이 이 나라 미국의 발전에 당당한 주역으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민자의 안전이 바로 미국의 안전이다.

우리 코리안 아메리칸 커뮤니티는 이민자의 도시 뉴욕에서 개최된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시대통령이 과연 어떠한 이민정책을 제시할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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