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스포츠와 국력

2004-09-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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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준(취재부 차장)

2004아테네올림픽이 뉴욕한인들에게는 폭발적인 관심 속에 시작했다가 슬며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게임이 됐다. 개막 전후로 벌어진 축구 예선 때는 “언제 경기를 하느냐”, “중계방송은 어디서 하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칠 정도였지만 8강서 탈락한 뒤에는 ‘누가 금메달을 따는지’ 정도의 화제로 전락해서 결국 “어! 한국이 금메달 9개(은 12, 동 9개)로 종합 9위를 차지했어”라는 정도로 흐지부지 됐다.

이러한 무관심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한국 스포츠가 엘리트 스포츠에 기반을 둔 때문에 한국서 살아오면서 다양한 스포츠를 접하고 배울 기회가 적었던 게 사실이다.


70년대에만 해도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인기 구기스포츠 외에는 경기를 구경하기조차 힘들었을 정도였으며 그나마 88서울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저변이 확대되고 타종목 경기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또한 뉴욕에 살다보니 미국 선수들 중심으로 진행된 주류방송의 올림픽 중계는 아무래도 흥미가 떨어지고 또 생업에 바쁘다 보면 올림픽에 넋을 놓고 있을 시간이 충분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다만 스포츠에서 한나라의 부침은 국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나라별 최종 순위는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은 이번 대회서도 금메달 35개(은 39, 동 29)로 여전히 1위를 지켰지만 중국이 32개의 금메달(은 17, 동 14)로 바짝 추격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차기 대회의 주최국으로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서는 우승까지 넘볼 태세다. 게다가 일본도 금메달 16개(은 9개, 동 12개)로 5위를 차지해 20년만에 강자로 복귀했다.

전통적 스포츠 강국이었던 러시아(3위)와 독일(6위)은 최근 두 나라의 국력 쇠퇴와 맞물려 저조한 성적을 거둔 반면 고도성장으로 2010년 국내총생산(GDP) 2조달러를 목표로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을 꿈꾸는 중국이나 10년의 불황을 딛고 재기한 일본이 모두 올림픽 무대에서 약진을 거듭한 것이다.

이제 성화는 꺼졌다. 하지만 4년 후의 올림픽서 다시금 국력을 재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은 시작됐다. 한국의 국력은 곧 뉴욕 한인사회의 위상에 직결되며 또한 뉴욕 한인사회와 같은 재외동포들의 적극적인 후원과 협조가 한국의 국력 신장에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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