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구려사 왜곡과 우리의 대응

2004-09-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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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평(정치학박사/커네티컷대 명예교수)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왜곡하고 고구려 땅을 중국의 영토로 편입시킨다는 소식은 한국인에게는 매우 충격적이다. 그리고 한국의 언론은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보도를 매일 하고 있으며 한중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다.

우리 한국인의 냄비 끓는 성격을 여실히 드러내며 아우성치는 모습을 중국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궁금하다. 우리가 감정을 앞세우고 중국과 싸울 생각은 무모한 짓이다. 우리는 중국이 언제부터, 왜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시작했으며 우리는 어떻게 중국 동북공정에 대응할 것인지 지성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고대 조선역사의 고구려, 발해가 중국의 종속국이었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2002년 2월에 사회과학원이 200억 위안(한화 2조여원)을 투입하고 정식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동북공정의 프로젝트는 1983년에 벌써 시작되었고 중국의 역사학자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나는 1984년 8월 베이징의 민족대학 린 야오한 교수의 초빙을 받고 민족대학의 민족문제연구소와 연변대학에서 특강을 한 경험이 있다. 그 당시 중국은 외국인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없었다. 중국정부기관이나 학술단체의 정식 초청이 없으면 비자를 받지 못한다.

북경의 대학 초빙을 받아도 연변은 외국인 출입금지 지역이라 중국 공안부의 특별 여행증을 받아야 갈 수 있었다.민족대학의 일정을 마치고 연변대학 박문일 학장의 특별초빙으로 연변대학에서도 특강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지린성 사회과학원에 들렀다. 베이징에서 연변대학까지 나를 안내하고 동행한 황유복(민족대학 교수)은 지린성 사회과학원의 중국인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구려는 확실히 조선 땅이고 조선역사인데 어찌하여 중국역사에 편입시키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실토하는 것을 보았다.

중국은 1983년에 벌써 ‘동북변강의 역사와 그에 따라 파생되는 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동북공정 연구 프로젝트는 중국의 고대역사학자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조선족 학자들에게도 매우 충격적이었다.

나는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동경을 거쳐 서울에 들렀다. 너무도 충격적인 중국당국의 역사왜곡 사실을 서울에도 알리고 대응방안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의 중국역사 교수이며 친분이 있는 민두기 교수와 외교학과 은사인 이용희 교수에게 중국의 역사왜곡 사실을 전하고 대응방안을 촉구했다. 그리고 한국동란 당시 육군통역장교 전우이며 미국유학 동기이며 직업외교관 출신 노신영 안기부장에게도 연변에 다녀온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변대학에 한국역사학자들이 쓴 책을 좀 보내주기를 부탁했다.

한국에서 출판된 학술서적 50여권을 연변대학에 보냈다. 2년 후 연변대학을 다시 방문했을 때 내가 보낸 한국책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본 결과 대학도서관 ‘적성불온문서’방에 넣었기 때문에 일반에게는 공개할 수 없고 특별 허가를 받아야 열쇠를 얻을 수 있고 열람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광주사태 후 한국의 혼란한 정국은 중국언론에도 많이 보도 되었으며 한국이 중국을 적성국가로 규정하고 중국에 대한 여행 뿐만 아니라 모든 교류를 차단했고 외교통상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알 수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알려주어도 아무런 대책을 세울 여유도 없었고, 또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오늘 한국과 중국은 외교통상이 매우 활성화 되었으며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제1 교역국가로 부상했다. 그리고 중국의 한국유학생 수는 미국유학생 수를 능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와 같이 한국과 중국은 상호의존국가로 부상했다.

그러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국수주의적이고 감상적인 접근 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서로가 존중하고 진심으로 대하기만 하면 충분히 지혜를 갖고 관심사를 적절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중국, 한국, 북한에는 고구려 역사와 조선고
대사를 연구한 학자들이 많이 있다.

한국에는 4~5명의 역사교수가 고구려사와 고대사에 관한 논문으로 역사학 박사를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국, 북한, 중국의 고대사 연구 학자
들이 공동으로 고구려사를 연구하고 공동 발표를 하는 동시에 3개 정부는 전문분야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수용한다는 협약이 필요하다.

북한의 학자와 중국의 고구려 역사 전문가는 한국역사학자의 입장을 실증적으로 고증함으로써 우리의 고구려사는 조선고대사의 일부라는 정통성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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