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실망스러운 한국스포츠 외교

2004-09-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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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연화(롱아일랜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야기된 체조선수 양태영 문제는 기필코 짚고 넘어가야 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중요 사안이다. 이미 밝혀진대로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심판들의 오류를 공식 인정하고 징계조치 했으며 얼떨결에 기대치 않은 금메달을 거머쥔 미국선수 또한 국제체조연맹이 한국선수가 승자라고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 또한 사설에서 자국 선수인 폴 햄은 진정한 금메달감이 아니라고 논평한 바 있다. 이 쯤 되면 문제는 우리나라의 문제 해결 능력, 즉 외교 문제다.


사람이 하는 일에는 늘상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담당 심판들이 고의였던 실수였던 이 시점에서는 중요하지가 않을 뿐더러 이미 징계조치된 그들에게 원망을 하는 건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다.

LA타임스는 이번 사건을 기사화 하면서 IOC내에서의 한국의 영향력을 좋지 않게 보도한 바 있다. 온갖 비리에 연루되어 실형을 선고받고 IOC위원 자격 조차도 정지된 김운용 부위원장의 추담을 언급했다.

요지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비공식적인 타협에 의존하길 좋아하는 즉, 당당치 못한 음흉한 뒷거래를 즐기는 반면 이번처럼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신속하고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빌미를 제공한 전적이 있으므로 감수해야 할 입장이지만 속상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세계 200여국 이상이 참가한 이번 올림픽에서 9위를 차지한 우리의 스포츠 실력은 과히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선수들이 피땀 흘려 획득한 메달 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선수단 관계자들의 외교능력은 수준 이하이기에 심히 유감이고 실망스럽다.

조속한 시간안에 짓밟힌 선수의 권리를 찾음이 국가 자존심 회복에도 도움이 되는 길이며 미래의 메달을 향해 도전하고 있는 수많은 꿈나무 선수들에게도 좌절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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