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늙는 것도 서러운데

2004-08-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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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동 규 (포트워싱턴)

옆집 할머니가 말씀마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하실 때 나는 마음 속으로 ‘늙는 것은 자연의 섭리요, 법칙인 것을’ 하며 웃고 지나간 지가 까마득한 옛날 일이다.

지금 생각하니 늙는 것도 서러운데 여기 저기 아파오니 마음이 아리도록 서러운 것은 그 때 내가 어려서 몰랐는데 삶이란 구름 한 조각이 피어오르는 것 같고, 죽음은 그 한 조각 구름이 흩어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하는데...


남편과 대화 중에 “우리 앞으로 10년 20년 같이 살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했더니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는데” 하며 힘 없이 대답한다.

어느 스승이 제자들에게 “이 세상에서 제일 놀라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까 제자 하나가 빙긋이 웃으면서 대답하기를 “이 세상에서 제일 놀라운 것은 모든 인간이 하나도 빠짐없이 언젠가는 죽을 것인데, 하나도 빠짐없이 자기가 죽으리란 걸 잊고 산다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이 어디 있습니까” 했다고 한다.

어려운 이민생활, 앞만 보고 죽어라고 일만 하고 살아온 인생. 내 몸 하나 제대로 건사못해 다리가 아파 절절 매며 잠 못 이룰 때, 남편도 자식도 0.1% 도움이 안 될 때, 헛 살아온 것 같아 마음이 울컥 하며 가슴에 무엇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억제한다.

그래도 앞만 보고 살아야만 되지 않을까.

건강하게, 재미있게, 보람 있게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며 ‘늙는 것도 서러운데’가 아니라, ‘늙는 것은 아름답다’고 하면서 내일을 위해 열심히 건강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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