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그늘진 소상인들의 미래

2004-08-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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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부 차장대우)

“오랫동안 장사 해봤지만 이런 불황은 처음입니다.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지만 재고처리가 막막해 문도 못 닫습니다.” (맨하탄 브로드웨이에서 여성의류도매상을 운영하는 김모씨).

“매출이 1년 전에 절반도 안되는 날도 허다합니다. 손님보다 오가는 세일즈맨 수가 더 많아요.”(퀸즈 플러싱에서 잡화상을 운영하는 이모씨.)
장기불황 속에 한인 소상인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점포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고 매상이 절반으로 감소한 게 이미 오래됐지만 어디서건 회복될 기미를 찾아볼 수 없다.


전미지역 소매상인들이 몰려오던 브로드웨이도매상가는 최근 몇 년 간 극심한 불황을 겪으면서 상당수 상인들이 삶의 터전을 떠났고 상가 곳곳마다 빈 매장이 썰렁하게 자리잡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곳 상가들의 권리금도 떨어지고 있는 추세고, 비어있는 매장이 많아 공실률도 높아지는 상가도 있다. 일부 한인 도매상들은 다양한 홍보 이벤트를 갖고 있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상인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플러싱 일대 한인 상인들도 매출부진에 애를 끓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가격을 절반으로 내려 판매하고 경품과 각종 사은품으로 고객을 끌어 들여보지만 작년만도 못하다는 푸념이다.

브루클린에서 뷰티서플라이업소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테러’, ‘전쟁’, ‘안보’의 목소리가 지속되는 한 하반기에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상인은 10%도 안될 것이다. 대다수 상인들은 인건비 절감, 재고관리 등 살아남기 위해 줄일 수 있는 건 모두 줄여야 한다는 절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고 심정을 토로했다.

많은 한인 소상인들이 삶의 벼랑으로 내밀려 불안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다. 이들에게는 소상인들을 위한 정책 모색은 외면한 채 테러에 대한 안보문제와 선거를 놓고 정쟁에 매달리는 정치인들이 한없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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