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 따한민꿔 그리고 386

2004-08-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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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일(성은장로교회 장로)

어느 행사장에서 실제 일어났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중국 대사의 경축사 순서가 되자 그는 “애~ 따한민꿔~” 하면서 연설이 시작되었다. 이 때 통역사는 “애~” 라는 것을 목청을 가다듬는 “에~”로 실수하여 “에~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하고 통역을 하였다.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던 대사는 이를 알아차리고 여유있게 “나는 한국 국민 여러분과 대한민국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 어법으로 통역의 실수를 커버하였다.여기서 “애~”하면서 호흡을 길게 뽑은 것이 아니고 “애~”는 바로 “사랑하는”이라는 뜻이었다. 이것은 자기의 조국을 사랑하는 자만이 남의 나라의 국민과 그 나라를 사랑할 줄 알게 되는 것과 같다.


지금 한국의 실세들을 소위 386세대라고들 말한다. 6.25동란 때는 이북에서 피난 온 이들을 38 따라지라고 자신들의 끈질긴 생명력의 삶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연으로 6자가 하나 더 붙어 385세대라고 불리는 세대가 현재 한국의 실세들이라고 말한다.

38 따라지 세대들은 억척스럽게 피난지에서 엄청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내었고 50년대의 상권을 스스로 이루어 경제적인 기반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어느 곳에 살든지 망향제를 지내면서 살아왔다.

지난날의 어려움과 원망도 다 용서하고 화해하는 친화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똘똘 뭉쳐서 격려하고, 생면부지의 초면이라도 한 고향 출신이라는 인연 하나로 서로 믿고 의지하며 굳세게 살아 왔다.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고향 사랑이라는 끔찍할 만큼의 포용력과 적응력과 추진력과 소탈함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이 가운데 내일이라는 미래가 삶의 목표였고 가족 사랑이 곧 나라 사랑이라는 자부심을 키워 왔다.

그런데 1980년대의 젊은이들에 대해서 한동안 걱정을 한 시절이 있었다. 유신체제가 투쟁(?)하면서 가장 중요한 청년 시기에 데모와 최루탄 개스, 돌팔매질 속에서 저항이라는 감정의 응어리를 어떻게 헤쳐 나올런지 몹시 염려 되었었다. 저들이 세월이 흘러 시간이 지나면 싫든 좋든간에 나라에 필요한 지도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나라 사랑과 내 이웃을 배려할 수 있는 친화력,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 중에 가장 필요한 것이 이웃 사랑하는 용기, 원수라도 용서와 화해의 삶을 이룰 수 있는 포용력이 절대로 필요한 기본이라고 한다. 이것은 세계의 어느 지도자들을 들여다 보면 모두가 지닌 공통점이었다.

모 여류작가의 ‘고등어’라는 소설을 읽고 80년대 젊은이들의 고통을 나누고 이를 용해시키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386세대에 기대를 가져도 좋겠다고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새 노무현 정권이 386세대와 더불어 새 정치무대를 시작하면서 온 세계가 이처럼 대한민국을 두려워하며 바라본 적이 없었다.


이제 미국은 대만으로 오키나와, 그리고 일본 본토를 연결하는 새로운 전략을 세우게 되었다.이 때 서울에서는 촛불시위로 세계의 눈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북핵의 6자회담은 실제로 중국이 연출한 쇼인줄 알면서 참여 안할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남북문제와 서해의 중공과 북한의 잠수함과 한국의 해군과의 문제로 미국이 서해로부터 철수함으로 시작되고 있다.

동해가 세계의 중심항으로 등장되면서 소련과 중국이 일본의 화물과 원유 판매로 이어지는 황금 항로를 이미 설정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이 모든 것이 노무현 정부의 출범에서부터 오늘까지 변화된 모습이다.

독기어린 발언과 데모하면서 부르던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하던 386세대들은 이 노래의 뜻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 같다.소설 ‘고등어’를 다시 써야 할까 보다.이제부터 정말 좋은 날을 맞으려면 과거의 흘러가버린 세월로부터 자유스러워져야 한다. 바로 80년대 세월속에 묶여있는 모든 고리를 끊어버려야 한다.

자유는 바로 용서와 화해의 새로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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