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과거를 묻지 마세요?

2004-08-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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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부 차장)

요즘 한국에서는 친일 문제로 시끄럽다.잘나가던 정치인이 부모의 친일 행적으로 하루아침에 낙마하고 유명 소설가가 ‘한일합방이 합법’이라고 말해 심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이제와서 과거를 들추는 이유가 뭐냐는 얘기도 있고, 정치적인 의도로 친일 문제가 제기됐다는 비판도 있다. 또 일제 강점기에서 친일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정상 참작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친일 논쟁에는 ‘전가의 보도’처럼 반드시 친북 논쟁이 함께 제기된다. 이 논쟁에서 이해가 가장 안되는 부분이 왜 친일과 친북이 함께 논의되느냐다. 만일 친일 문제가 있으면 그것에 대한 진상을 밝히면 되는데, 이상하게 친일이 나쁘다고 주장하면 친북자(쉽게 말해 빨갱이)가 되는 이상한 현상을 보게 된다.

지역감정처럼 어느 지역 또는 어느 지역 성향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즉시 ‘그럼 특정한 다른 지역은 좋으냐’는 식으로 말이다.한국에서 교육받을 때 일본에 대한 막연한 증오를 심어줬다. 싫든 좋든 그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광복절이나 일본 정부의 망언이 나올때마다 입에 거품을 무는 사람들이 있고, 예전에는 열혈 청년들이 손을 깨물어 혈서를 쓰는 풍경도 심심치않게 보였다.

친일파의 자손이 재산 문제로 소송을 걸면 신문에 보도될 정도로 심하게 흥분하는 한국에서 이상하게 그외 의심스러운 사람들의 친일 행적에 대한 얘기는 대부분 관대해진다.

해방이후 친일 문제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는 것은 정설에 가깝다. 이후 정권의 이해 관계에 따라 친일 규명은 계속 난항을 거듭해왔고, 특히 친일파 청산 문제가 북한을 돕는 것이라는 이상한 논리가 나왔다.

그러나 정치적인 의도를 떠나 순수하게 궁금해진다. 누가 어떤 일들을 했을까. 이번 기회에 알 것은 알고, 털 것은 털고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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