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의 올림픽 열기

2004-08-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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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아테네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동안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28개 종목에서 301개의 금메달을 놓고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고 나라마다 국민들의 응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국의 올림픽 열기는 참으로 대단하다. 대회 초반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금메달 순위 1위가 되자 언론이 대서특필하는 것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새벽경기를 TV로 보느라고 밤
잠을 설쳤다.

만나는 사람마다 화제가 올림픽 이야기이며 중반에 들어 미국에 뒤지고 있지만 1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또 아테네에서는 2위에 그친다고 해도 다음번 2008년 북경 올림픽에서는 기필코 1위를 해야 한다는 열망에 불타고 있다.


올림픽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대단하다. 중국은 아테네 올림픽에 배구와 승마만 제외하고 26개 종목 407명의 선수를 포함, 637명의 대표단을 참가시켰다.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은 등급에 따라 정부로부터 상금을 받고 또 지방정부에서도 상금과 호화주택을 받게 되어 성적이 뛰어난 선수는 일거에 수십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게 되었다.

중국정부의 올림픽에 대한 정성은 선수들의 훈련과정에서 더 잘 엿볼 수 있다. 정부는 각 종목의 선수감을 어릴 때부터 뽑아서 특수훈련으로 길러낸다. 5,6세의 어린이 가운데서 뽑힌 아이들을 훈련과 테스트를 거쳐 또 뽑아서 특수 체육학교에 보내면 연중무휴 합숙훈련을 시
킨다. 이들은 사람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올림픽 메달을 따오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이것이 중국이라는 국가의 명예를 드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냉전시대의 소련과 동구 국가들과 비슷하다. 2차대전 후 냉전시대에 소련과 동구 국가들은 올림픽대회의 패권을 위해 국책사업으로 선수를 양성하였다. 올림픽대회의 성적은 제 1회부터 5회까지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막상막하였으며 그 후부터 2차대전 직후까지는 주로 미국이 석권했다.

그러나 소련과 동구 국가들이 정책적으로 선수를 양성하면서 미소가 올림픽 패권을 놓고 각축을 벌이다가 소련이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또 동독과 같은 동구 국가들이 눈부시게 진출했다.

각 나라들이 이처럼 올림픽의 성적에 신경을 쓰는 것은 비록 스포츠라는 일개 분야이기는 하지만 각 나라의 순위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1위를 했을 때 국력으로 세계 1위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세계 제패를 꿈꾸었던 히틀러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개최하고 이 대회에서 독일이 미국을 제치고 올림픽 1위를 달성했
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중국은 오래동안 죽의 장막을 치고 외부 세계와 담을 쌓고 살아 왔다. 그러나 그 장막을 걷고 세계의 무대에 등장하면서 올림픽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소련과 일부 동구권 국가들이 불참했던 1984년 LA올림픽에서 종합 4위를 하기 시작하여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1996
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각각 4위를 지켰다. 그 후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3위를 차지했고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최소한 2위는 확실히 따놓고 있다.

중국의 올림픽에 대한 열기를 생각할 때 최근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제국주의 경향과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중심사상은 중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생각하는 중화사상이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에 있다고 그들은 국호를 중국이라고 하고 있다. 다른 주변국, 즉 동이, 서융, 북적, 남만은 중국에 복속해야 한다는 제국주의 사상이 바로 중화사상이다.


중국이 내부적으로 분열되었을 때는 통일이 관심사였지만 일단 통일이 달성된 후에는 주변 국가를 복속시키는 일을 계속했다. 수나라와 당나라의 고구려 침공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지금 중국을 통치하고 있는 중화인민공화국은 유사이래 중국땅에 이룩된 가장 큰 통일 대국이다. 천하통일을 처음 이룩한 진나라의 영토는 만리장성 이북과 황하와 양자강 상류에까지 이르지 못했다. 로마제국과 동서양을 양분했던 당나라도 티베트와 만주의 대부분을 포함하
지 못했다. 중국은 지금 사상 최대의 영토와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군사 대국이고 경제대국이 되었다. 이제 올림픽대회를 제패하려고 하는 뜨거운 열기가 중국대륙을 휩쓸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 중국이 1등을 못 한다고 하더라도 다음번 2008년 북경 올림픽에서는 중국의 올림픽 열기가 최고조에 달해 미국을 제치고 1위를 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이 올림픽 열기와 함께 중국의 제국주의 경향은 더욱 극성을 부리게 될 위험이 있다. 동북공정이니 뭐니 해서 한국의 역사마저 빼앗아 가려는 중국의 팽창에 대해 우리는 비상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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