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엄마들도 신문 읽자!

2004-08-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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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특집부 차장대우)

“우리 애가 큰일났어요. 이를 어쩌면 좋아요.”
울먹이며 다급해진 목소리로 도움을 청하는 어머니들의 전화가 얼마전부터 편집국 사무실로 부쩍 많이 걸려왔다.

올해부터 변경된 뉴욕시 공립고교 입학정책으로 최종 배정 받은 학교가 집에서 최소 2~3시간 떨어진 외딴 곳이라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다행히 뉴욕시 공립고교 등록 사무센터가 18일부터 임시 오픈, 고교 재배정은 물론, 신규 이민자와 거주지 이주자들을 위한 편·입학 업무를 처리해주고 있어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급한 불을 끄고 겨우 한숨을 돌린 어머니들이 마지막에 한결같이 내뱉는 자조 섞인 말 한마디가 있었다. 바로 “앞으로는 신문이고 방송이고 뉴스 좀 열심히 봐야겠어요. 그동안 뉴스라도 열심히 봤다면 정말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텐데… 정보에 너무 어두운 부모였다는 생각에 자식보기 민망하네요”라는 것이다.

이들은 집에서 신문을 정기구독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형사건이 아니고서야 웬만한 세상 돌아가는 얘기는 신경 쓸 겨를조차 없다고 하소연했다. 남편들이야 팔자 좋게(어머니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내가 저녁밥 짓는 동안 신문도 읽고 TV 뉴스도 볼 시간이 있지만 어머니들은 밖에서 직장 일에 시달리고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 건사하고 살림하기에 바빠 솔직히 신문 한 장 들척이는 일도 버겁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고교입학정책이 어떻게 변경됐는지 조차 몰랐고 영어도 잘 못하는 부모보다는 똑똑한 자식들이 알아서 잘하겠거니 생각하고 맡겼다가 막상 일이 터지고서야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됐다고 한다.

사실 세상얘기에 여성보다 남성이 관심이 높다는 것은 설문조사 때마다 느끼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정치는 물론, 사회현안 문제 전반에 걸쳐 열변을 토하는 남성 응답자들과 달리 많은 여성 응답자들은 `내용을 잘 모른다’는 대답이 상당수다.

어린 시절 가족모임 때마다 남자끼리, 여자끼리 따로 모여 앉아 남자들은 정치나 스포츠를, 여자들은 살림살이나 주변 얘기 거리를 화두로 삼는 것이 못마땅했던 기억이 있다. 어머니들이 정보에 밝아야 자식도 똑똑하게 잘 키울 수 있다. 이제 엄마들도 열심히 신문 읽고 TV 뉴스도 보면서 안목을 넓히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특히 자식교육에 있어 `바빠서~’라는 이유만큼 자식에게 더 부끄러운 핑계가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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