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눈물을 아끼지 마라

2004-08-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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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부 차장)

한국 축구팀의 8강 진출에 힘입어 2004년 아테나 올림픽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근대올림픽은 1896년 프랑스의 피에르드 쿠베르탱 남작의 노력으로 부활, 올해로 28회째를 맞고 있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실시간 올림픽 중계가 가능해지면서 올림픽은 말 그대로 전 세계의 축제로 자리잡았다. 종목도 제1회 아테네 대회때의 9개에서 28개(2000년 시드니 대회)로 늘어났다.


올림픽이 스포츠 팬들은 물론,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단순한 승패를 떠나 선수들의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들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역대 올림픽 챔피언들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것보다는 챔피언이 되기까지의 과정이나 배경으로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나라 없는 서러움을 극복한 손기정, 타인종을 멸시하던 히틀러에게 치욕을 안겨준 제시 오엔스, 맨발의 집념을 보여준 아베베 등등...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월계관을 머리에 쓰는 선수들의 눈물겨운 스토리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메달 시상식 이후에 진행되는 국가 연주다. 금, 은, 동메달을 차지한 선수들 국가의 국기가 천천히 게양되며 금메달 선수의 국가 연주가 울려 퍼질 때 가슴속에서 먼가 물컹하게 올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 시청자들은 비단 기자뿐만이 아니리라...특히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는 더더욱...

이번 올림픽을 통해 아쉽게 느낀 점은 요즘 스포츠계를 주름잡는 신세대 선수들의 감정이 과거에 비해 확실히 ‘메말랐다’는 점이다. 메달 시상식을 떠올리면 자신을 키워준 나라의 국가를 들으며 환희와 감정에 복받쳐 오열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당연히 보고싶어진다. 오열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마치 내가 시상대에 서 있는 듯한 ‘대리만족’을 느끼려 하는
것이 올림픽을 보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바가 아닐까?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 지금까지 금메달을 목에 건 신세대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세계화라는 개념 때문에 국가나 민족에 대한 이념이 변한 것일까? 아니면 독창력과 개인주의에 익숙한 신세대들을 ‘구세대’ 기자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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