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백만장자로 보이려면

2004-08-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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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편집국 부국장)

며칠 전 셋째 아이를 낳은 한 화가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오랫동안 머리에 남아있다. 들을 당시는 박장대소하며 한쪽 귀로 들어왔다가 다른 쪽 귀로 흘러나갔지만 자꾸 떠오르는 것은 ‘겉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천박하다’고 말하기 전에 그 비유 속에 뼈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식당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아내와 두 아이를 부양하고 시간 날 때마다 그림을 그리면서 전시회도 열심히 하고 있다. 최근 새 아기가 태어나자 우유와 기저귀 값을 벌기 위해 토요일 하루 센트럴 팍과 타임 스퀘어로 화판을 들고 나간다고 한다. 5애비뉴와 6애비뉴 등으로 나가면 무명 예술가들이 행인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먼저 나가는 사람이 좋은 자리를 잡으니 아침 7시부터 나오는 예술가도 있는데 하루 꼬박 일하면 수백 달러를 벌기도 한다고.그런데 그 초상화 값이 고객의 첫 인상으로 결정된다는 것. 겉모습과 풍기는 인상으로 한장
당 가격이 30달러, 50달러, 80달러, 100달러로 차이가 난다고 한다.

예로서 물병을 들고 큰 가방을 맨 채 아이들을 주렁주렁 서너 명씩 달고 와 ‘초상화 한 장에 얼마냐’고 가격을 묻는다면 보나마나 30달러 불러야 된다는 것. 또 아무리 잘 그려줘도 ‘나는 이것보다 더 예쁘다, 봐라 코도 낮게 나왔지 않으냐?’며 불평한다고.

그런데 백만장자들은 첫째로 절대 가격을 묻지 않는다고 한다. 물병이나 먹을 것도 일류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 먹기에 아무 것도 손에 들고 다니지 않으며 포켓에 지갑만 넣은 채 빈 손으로 다닌다는 것. 그리고 80달러를 부르면 100달러를 준다는 것. 잔돈은 그대로 팁이 된다고.

그들은 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있어 마음의 여유를 보여주며 설사 완성된 초상화가 마음에 안들어도 ‘댕큐’하고 어떤 불평도 없이 그냥 가져간다고 한다.

그런데 거리의 초상화 작가뿐만 아니라 고객 또한 작가를 고르는 기준이 겉으로 보이는 인상과 목소리 등 첫인상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목소리가 중후하고 덩치가 있으면, 한마디로 화가처럼 보이거나 머리를 비틀즈 멤버 존 레넌처럼 길게 길렀다면 무조건 그 앞에 가서 줄 선다고 한다. 작고 못생긴 사람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파리만 날리다가 겨우 누군가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하면 그 솜씨를 보고서야 고객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보통 첫인상은 단 3초만에 결정된다.우리 인생에 초상화 그릴 일만 생기겠는가.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며 비즈니스를 하고 교류도 하며 살고있다.
고객의 입장에서도 주인의 이미지가 호감이 가면 그 가게를 단골로 삼을 것이다. 그런데 그 부드러운 미소와 여유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자신이 하고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 가진 것이 있고 없고를 떠난 당당한 자신감,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데서 우러나올 것이다.자연스럽고 편안한 미소는 부드러운 인상을 만들어 줘 만인의 호감을 주고 넉넉한 마음의 여유를 나눠줄 것이다. 조만간 센트럴 팍으로 나가 초상화를 그리게 하려 한다. 나는 과연 얼마짜리일까?


만일 당신이 이민생활을 빡빡하게 보내고 있다면 그들은 30, 50달러를 부를 것이고 정말 돈이 없어도 마음이 넉넉한 부자로 살고있다면 그들은 100달러를 부를 것이다.그렇다면 가격이 비싸다고 불평하지 말고 흔쾌히 오랜만에 기분 한 번 내 보자.

참고로 백만장자들은 정장이나 명품을 입지 않고 깔끔한 흰색 티셔츠와 무채색 반바지를 단정하게 입고 비퍼나 무거운 전화기는 절대 안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드러운 미소, 잊지 말 것.내가 비록 가진 것이 없다 하더라도 남들이 나를 가진 것이 많은 사람으로 봐주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없다고 해서 남들이 도와줄 것도 아니고 그런 도움을 받고 싶지도 않다면 있어 보이는 것이 없어 보이는 것보다 낫지 않은 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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