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엉덩이 뿔은 사라질 것인가

2004-08-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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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신(보스턴)

“강선생님, 내 머리에 뿔이 있습네까? 그리고 내 코가 빨갱이야요?”
작년 북한에 가서 남포 앞바다 서해 갑문 구경을 가는 차 안에서 영접국 관계자와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엉뚱한 질문을 받고 무슨 말인지 알아채고는 “없는데요! 집에다 두고 왔나 보지요!” 하고 나서 한바탕 웃었다.

남북이 이데올로기로 싸울 때 공산당을 풍자한 말을 전해듣고 하는 말이었다.이제 공산주의의 관념 형태는 세계 각국에서 폐기처분한 지 오래 되는데 오로지 북한만이 이를 고집하는 가운데 한국이 좀 부유해지니까 젊은 세대들이 엉덩이에 뿔이 나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한국의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 소속 의원 12명이 지난 7월 26일부터 29일까지 보스턴에서 열린 미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했다. 그에 앞서 25일에는 보스턴 총영사관이 주최한 국회의원들과 이곳 한인사회에서 10명이 초청되어 오찬을 나누며 간담을 가졌다.

이 날 정오에 최원선 총영사님이 직접 안내를 하는 중에 의원님들이 미니 밴에서 줄지어 내려서 서로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러나 번쩍이는 금뱃지도 못 보겠고 어떤 의원은 티셔츠에 양복을 입었는데 젊은 남자와 여자의 수가 반반 정도였다. 한국의 어떤 단체의 여행객과도 다름없는 반면, 필자는 정장 차림에 훈장의 약장과 6.25참전기장, 유엔군 참전약장, 그리고
태극기와 성조기 뱃지를 옷깃에 달고 재향군인 모자까지 쓰고 있으니 아마 지독한 보수적인 늙은이로 보였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보수나 진보라는 말 조차 듣기 싫어하며 다만 모진 고난을 겪고 한국을 지켜온 국민의 한 사람일 뿐이다. 다행히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신중식 의원이 훈장을 하나 하나 물으며 치하했고 여러 의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이윽고 정좌하여 명함을 교환했는데 공교롭게도 우리당 위원 네 분과 마주앉게 되었는데 김부겸(우리당 비서실장)의원은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당신들이 반미하는 것도 개혁입니까?” 즉시 대답하기를 “미국을 나보 많이 욕한 사람도 없을 것이지만 반미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6.25전쟁에서 5만명 이상이 전사했고 계속 주둔하여 안보를 돕는 미국을 고맙게 생각하지만 여학생 두 명의 죽음이 아무리 과실치사라 해도 그 군인을 무죄하고 본국으로 전속시킨 것은 한국을 무시한 처사이고 소파는 일본 수준으로 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는 미국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등을 만나 한미동맹의 발전을 논의했다며 소수의 반미층이 있으나 계속 회심중으로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미국을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이 아이로니컬하게도 미국을 제일 동경한단다.

식사 중에 좀 미안한 감도 있지만 금싸라기 같은 시간에 하나만 더 물었다. “국민들이 앞으로 미국 보다 중국을 더 선호해야 한다는데...” 그 일에 대해서는 질문 자체가 잘못되어 와전된 것이란다.

여당의 요직에서 일하는 김의원의 말을 들으니 마음이 좀 가라앉기는 하지만 빨치산이나 간첩으로 체포되어 옥살이를 한 사람들이 의문사 의원이 되어 경찰이나 군장성을 주사하고 죽은 그의 동료 간첩들을 민주투사로 규정했다는 소식은 조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그것도 개혁인가? 자유민주주의의 너그러운 점을 이용한 합법적인 투쟁이 아닌가!

민주당 전당대회는 끝났고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모두 돌아갔다. 무엇을 보고 갔을까? 얼마 전에 미국을 다녀간 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워싱턴의 한국전참전기념비를 보고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반미하는 네티즌과 싸우겠다고 했다. 올바른 역사를 개혁할 수 없으면 6.25전쟁 하나만 공부해도 엉덩이 뿔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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