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한국음식에 승부 걸자

2004-08-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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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세계의 곳곳에서 식당업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민족으로는 중국인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크기 때문에 지역마다 문화와 풍습이 다르고 먹거리도 다양하다. 음식마다 북경식, 사천식, 호남식 등 지방색이 두드러지는데 외국에 나와서도 그 나라 사람들의 식성에 맞게 음식이 변화되어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는다.

예를 들어 한국사람들을 상대로 한 중국음식은 원래의 중국음식이나 미국의 중국음식과도 달리 덜 기름지고 담백하면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들이다.


음식은 나라와 민족에 따라 다양하기 마련이다. 어떤 지역이나 민족이 즐겨 먹는 특정한 음식은 기후와 풍토, 역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음식문화라는 말이 생겨났다. 추운 지방에서는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즐겨 먹게 되었고, 섬 지방에서는 해산물 요리가 발달하게 되었다. 유목민족은 낙농식품을 많이 먹게 되었고 농경사회에는 곡채류 음식이 많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의 음식은 매우 다양하고 이상적인 환경에서 발전해 왔다는 생각이 든다. 온대지방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명국들의 식생활과 비슷한 음식문화를 가지게 되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가이기 때문에 채식과 육식, 해산물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점도 그렇다. 세계적으로 음식이 발달한 나라들, 예를 들어 이태리, 그리스, 프
랑스, 스페인 등이 모두 한국과 비슷한 기후풍토 등 조건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자원의 부족현상이 음식문화의 발전에 기여한 점도 있다. 김치와 고추장, 간장 등 발효음식의 발달과 고기의 내장과 족발, 꼬리까지 맛난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비법이 그래서 나오게 되었을 것이다.

많은 민족이 모여서 살고 있는 미국에는 각 민족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으로 서양음식으로는 단연 이태리 음식이고 동양음식으로는 중국음식이다. 그밖에 프랑스 음식, 일본음식이 있고, 아시아 음식으로 인도, 태국, 월남음식도 요즘 꽤 인기가 있다.

미국인들의 식생활은 외식문화가 발달되어 있고 국제화 되어 있어 늘 먹는 자기네 음식만을 먹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음식을 즐겨 찾는다. 음식을 먹는 것이 단순히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먹는 즐거움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전채류를 먹고 그 다음에 메인 디쉬를 먹게 되는데 반드시 와인을 곁들인다.

그리고 맨 나중에는 후식을 먹는다. 이런 식사를 하는데는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또 식사는 단순히 식사만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곁들인 식사이기도 하고 데이트를 겸한 식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색적이고 맛있고 추억에 남는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런 미국인들에게 최근 한국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각국 사람들이 참석한 파티에 여러 나라의 음식이 나올 때면 한국음식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일쑤이다.


미국에서 문을 연 한식식당들이 처음에는 한인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시작했는데 날이 갈수록 외국인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한 번 한국음식을 먹어본 외국인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한국식당을 찾게되고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서 외국인 고객들이 늘고 있다. 한 집 건너서 한 집 꼴로 한국식당이 들어서 있는 맨하탄 32가의 한국식당에는 외국인 고객들이 날로 늘어 어떤 때는 고객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차지할 때도 있다.

우리 음식 중에 대표적인 김치나 갈비, 불고기 등은 이미 외국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음식으로 입증되었다. 또 한식의 비빔밥은 서양의 샐러드 보다 더 영양이 많고 맛이 좋다고 한다. 이런 음식이 미국인들 사이에 대중화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음식처럼 기름기가 많지도 않고 일본음식처럼 맛이 얕지도 않은 한국음식이 미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기만 한다면 한식은 미국의 음식문화에 일대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한인들이 음식업으로 성공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한국음식에 승부를 걸어보자. 맛있는 우리 음식을 외국인들의 입맛에 더욱 맞게 발전시키고 외국인들에게 더욱 알려지도록 힘쓰도록 하자. 한식식당마다 특색있는 메뉴를 개발하고 단합하여 음식축제를 열고 맨하탄 32가와 나아가서 33가, 35가를 한국의 ‘먹자 골목’으로 만들 수 있다면 한국음식이 세계의 명물이 되고 식당을 찾는 외
국인의 발길이 한국식당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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