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잘 생긴 게이의 정체성?

2004-08-18 (수)
크게 작게
이민수(취재부 부장대우)

여학생들 사이 우스개 소리로 ‘잘생긴 남자는 모두 게이’란 말을 한다.
요즘 게이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떠오른 제임스 맥그리비 뉴저지 주지사. 폐기와 자신감 넘치는 추진력으로 뉴저지주민들의 지지를 받아온 제임스 맥그리비 주지사의 지난 12일 게이 고백은 미 전국을 흔들었다. 그는 미 역사상 처음으로 동성연애 주지사임을 명백하게 밝히면서 사임하겠다고 천명했다.

부인과 친부 옆에 서서 자신을 ‘아메리칸 게이’라고 밝힌 그는 보수주의 주민들에게 실망감을, 그러나 동성연애자들에게는 자신감을 그리고 뉴저지의 정치인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게이 발표 후 그와 파트너의 소송 문제, 사임 시기와 관련된 파문 등 1주일 이상 맥그리비 주지사와 관련된 새로운 뉴스가 매일 발표되고 있다.


오는 11월15일까지 뉴저지 주지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미국의 첫 게이 주지사로 기록에 남게되는 맥그리비 주지사는 요즘 게이와 레즈비언 단체의 영웅이 됐다.

맥그리비 주지사가 지난 12일 자신을 ‘아메리칸 게이’라며 사임을 발표했을 때 그의 표정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밝은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옷장 안에 갇혀 있다 나온 해방감에서 편안한 표정이 나왔고 부인과 자식을 두고 있으면서도 떳떳하게 현재동사를 사용해 게이임을 밝혔
기 때문이란다.

게이를 처음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대학 때였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던 일부 동기생들이 한동안 안보이다가 옷장속에서 스스로 나와 게이임을 선포해 놀랐던 경험이 있다.

게이 문학가가 쓴 ‘게이가 될 수밖에 없는 본능’에 대해 쓴 글을 접하고 그들이 주장하는 ‘타고난 본능’이라는 것에 쉽게 수긍하는 정상적인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들은 정체성하면 타고난 핏줄만 생각해오던 테두리에서 벗어나 성적으로도 올바른 정체성을 심어줘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