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함께 기도할 때

2004-08-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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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렬(건축가)

광복 59주년을 맞고 있다. 우리 선조들에게 독립운동의 기개를 주셔서 우리에게 자유와 독립의 광복을 허락한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그러나 반세기가 훨씬 넘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해방 직후 남한사회가 겪었던 우익과 좌익의 극심한 이념적 대립과 이에 따른 사항적 대립의 혼란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지금 한국의 상황은 6.25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국가안보의 위기 상황으로 보고 있다.오늘의 이러한 상황의 뿌리는 지난 5년간 김대중 정권이 국민적 합의 없이 친북노선과 햇볕정책을 밀어부쳤기 때문에 불거진 것이라고 본다. 북한문제는 우리 국민에게는 객관적인 입
장에서 보면 북한이란 나라는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비정상적 집단이다.


북한이 남이 아닌 우리와 같은 민족, 우리의 혈육들이 살고있는 나라이기에 미워할 수 없고, 무관심할 수 없으며, 세계가 다 버려도 우리는 버릴 수 없는 우리의 다른 한쪽인 것이다.우리의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이 종종 우리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하고 우리의 처신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며 동시에 매우 신중하고 지혜롭지 않으면 안 되게 압박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모든 대북관계의 일은 조심스럽게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섬세한 노력과 인내와 함께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묻지마’ 원조를 계속해야 하고, 북한땅에서 아
무리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탈북자들의 인권이 유린당해도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엿장수 맘대로 늘리고 짜르고 하는 북한에 남한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어야 한다. 북한군이 아무리 도발해도 대응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우리 국민
은 모순과 혼란에 빠진 것이다.

김대중 정권이 한 재벌그룹과 손잡고 비밀리에 불법적으로 정확히 알 수 없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북한 집권자에게 건네준 일들을 두고 여야의 대립과 국민의 갈등이 일어났다. 이 일을 놓고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완전히 분리되는 두 입장이 있다. 하나는 김 전대통령
이 정말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결정한 통치행위로 봐주자는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김 전대통령이 노벨상을 타고 퇴임 후에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나라를 팔아먹은 행위라고 보는 입장이다.

무엇이 더 실상에 가까운지는 머지않아 밝혀질 것이다. 잠깐 진리를 감추고 국민을 속일 수는 있으나 거짓의 포장은 결코 오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북문제에 관한 국민의 혼란과 우려는 새로 된 대통령의 발언 때문에도 가라앉지 않는다. 노무현대통령은 몇달 전 북한은
범죄국가가 아니라 협상 대상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범죄국가가 아니면 어떤 나라가 범죄국가란 말인가.

이 발언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외교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지지해주고 도와준 우방국가들을 배신하여 분노하게 하고 한국을 국제적으로 우스개거리로 만드는 망언이라 생각한다. 이런 정신나간 발언을 하는 철없는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있는 남은 기
간이 너무나 불안하게 여겨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북한은 범죄국가로 불리기에 충분한 집단이다.

그러나 그들이 남이 아닌 우리 동족이기에 우리는 가슴 아파하고 하루속히 그들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용납될 수 있는 정상적인 나
라로 변하도록 도우며 그러기 위해서는 인내하고 대화와 설득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만일 그 발언이 평소에 신중하지 못한 그의 언어습관에서 나온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그의 신념의 표출이라면 그는 결코 현재의 한국 국민이 처한 이념적 대립상황을 해소시키지 못할 것이고 국민의 화합을 이끌어내겠다는 그의 공언은 허사에 불과할 것이다. 국민에게는 참으로 심각한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나라일을 도박하듯 밀어부치고 민생은 제쳐놓고 ‘과거사 정리’라는 미명 아래 죽은 망령들을 끌어내고 김일성 10주년 조문을 촉구하면서도 이미 공과를 심판받은 유신독재, 그것도 당사자도 아닌 그의 딸을 들먹이며 2007년 대선을 앞당기고 있다. 과거의 피해의식, 열등의식,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결코 바뀔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을 뒤집고, 고치려고 주물럭거리며 결코 해서는 안될 장난으로 나라를 과거에의 전쟁으로 올인하여 혼란과 증오, 갈등으로 나라를 분리시키고 있다.

용서하는 것과 잊어버리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죄는 하늘도 외면한다. “하나님만이 홀로 의로운 심판자시고 모든 의로운 자의 구원자이시다”(시편 76편 2~3절)란 말씀을 붙들고 합심해 기도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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