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운전 못하면 어떻게 살라고...

2004-08-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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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경(취재부 기자)

네일가게에서 일하는 한인 여성들을 직장까지 운전해 주는 일을 하고 있는 한 한인이 운전면허증을 빼앗기면 더 이상 생계를 꾸릴 수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는 말을 전해왔다. 또 며칠전 한 여성모임에서는 결혼 후 처녀시절 성을 버리고 남편성을 따랐다가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차량국에서 소셜 시큐리티 카드를 제시하라는 편지를
받았다고도 한다.

뉴욕주 차량국이 지난 1월부터 운전면허 발급 및 갱신 절차를 강화하면서 면허증을 발급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불법으로 취득했던 면허증을 갱신시 박탈하는 사례가 주위에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뉴욕주 차량국은 운전면허증을 신규 발급 또는 갱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셜 시큐리티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는 새로운 규정을 전하고 색출작업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소셜 시큐리티 번호나 이름이 일치하는 않는 30만명의 뉴욕주 운전자에게 소셜 시큐리티 카드를 제시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30일내로 답하지 않으면 운전면허를 자동 취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규 이민자는 소셜 시큐리티 카드가 없어 면허증을 발급받는데 시간이 걸리고 불법 체류자는 직장을 구하거나 생계를 꾸려나가기도 빠듯한데 있던 면허증까지 빼앗기고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발과 같다. 그런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빼앗는 것은 이민자들에게 생활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까스로 일터를 찾은 불법 체류자들이 운전면허증을 뺏겨 발이 묶이고 생업을 잃고 있는 것이다.

현재 몇몇 한인사회단체들이 이민자 권익옹호단체와 힘을 합쳐 집회 및 세미나를 개최하고 조지 파타키 주지사에게 서명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일부 정치인은 차량국의 새로운 규정을 바꾸기 위해 공청회 등 다양한 모임에 이민자 커뮤니티의 참여를 바라고 있다.

많은 이민자들의 생계가 걸린 일이다. 서명이든 집회, 공청회 참여이든 간에 이민자들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치고 있는 이번 차량국의 규정에 항의하는 한인사회의 힘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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