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름값이 왜 이리 오르냐?”

2004-08-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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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편집국 부국장)

유가가 올라갔다는 소리만 들리면 “아이쿠 자동차 개스값 또 오르겠네”싶다.과거에는 20달러어치 개스를 넣으면 개스 계기판의 눈금 네 개 모두 개스가 ‘가아득’ 차서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흐뭇했다. 얼마 전에는 같은 20달러 어치를 넣으면 눈금 4개 중 3개에 바늘이 올라가더니 이제는 눈금 4개 중 3개를 못 채운 밑으로 바늘이 내려간다.그러다보니 풀 서비스로 개스를 넣는 자리에는 얼씬도 못하고 직접 주유하는 곳, 그것도 한푼이라도 개스 값이 싼 곳을 찾게된다.

어쩌다 뉴저지를 가게 되면 기름이 달랑 달랑해도 조지 워싱턴 브리지를 건너가고 퀸즈로 올 때에는 개스를 그야말로 가아득 채워 가지고 온다.유가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매일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주유소마다 가격표를 바꾸어 다느라 정신이 없다. 이제 곧 찬바람이 불면 난방용 가스값을 포함 전기요금은 또 얼마나 오를 것인가?


연방에너지국은 지난 10일 올겨울 난방용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인상돼 가정당 평균 10~2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난방용 가스, 자동차 개스, 전기요금, 프로판 가스 등등 모두가 오를 전망이라 가정 살림살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리 집은 십 년 이상 소액의 월 관리비만 주면 셔츠 바람으로 지내는 사방이 훈풍지대인 아파트에 살다가 단독 주택으로 이사온 올 2월, 전기요금 포함한 개스비가 500달러 이상 나와 고지서를 보고 뒤로 넘어질 뻔했었다. 이번 다가올 전 세계의 겨울 난방대책이 가장 절실한 내 문제가 되고 있다.

기름값은 왜이리 오르는 것인가? 유가 급등세는 아시아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이 수시로 격상하는 테러 경보, 러시아 최대 정유업체 유코스사 생산 중단 우려, 이라크
남부 테러 위험 증가, 베네수엘라 정정(政情) 사태 등등 불안정한 세계 정세가 유가 급등의 주범이다.

우리는 1973년과 1978년에 발생했던 오일 쇼크(oil shock)를 알고있다. 1973년 10월6일부터 시작된 중동전쟁이 석유전쟁으로 비화하며 세계 각국에서 야기된 경제적인 혼란은 한국처럼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의 설움을 톡톡히 안겨주었다.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 산유국들이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에 대항해 대미석유수출 중단을 전격선언, 여기에 리비아, 두바이, 카타르, 쿠웨이트까지 동참하면서 원유 가격이 급
등하고 원유 생산은 제한되었던 것.

1978년에 다시 석유수출기구(OPEC)는 원유가격을 인상, 제 2의 석유파동이 일어나며 세계 경제는 더욱 둔화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OPEC는 세계 석유 공급량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중동의 반미감정이 고조되어 가면서 제 3차 오일 쇼크의 불안을 증대시키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태양력, 풍력 등의 대체 에너지 개발, 에너지 절약형 기술 개발 및 시설 투자,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국가적으로 해야 할 일이고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에너지 절약뿐이다.

작년 여름 뉴욕을 포함, 미국 8개주와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그 악몽 같던 정전 대란은 다시 오지 말아야할텐데, 현재의 노후한 전력공급 시스템은 다시 또 대규모 정전사태 발생을 경고하고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 쉽기에 하기 어려운, 에너지 절약의 생활화다.

예를들면 ▲쓰지 않는 가전기기는 플러그에서 뺀다 ▲TV 프로그램은 선택하여 본다 ▲빈 방의 전기는 무조건 끈다 ▲냉장고 안에는 완전히 식힌 음식물을 보관하고 자주 열고 닫지 않는다 ▲세탁물은 모아서하고 다림질도 한꺼번에 한다 ▲에어컨 1대는 선풍기 30대의 전력
소모이니 되도록 사용을 줄인다 등등.
최근 이코노미스트지가 “오일 쇼크 발생 30년이 지난 지금 오일 쇼크의 원인은 놀랍게도 달라진 게 없으며 오히려 불안 요인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 점을 잊지 말자.그나저나, 내일부터 차를 두고 걸어다닐 수도 없고, 버스를 타기에는 너무 힘들고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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