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Harry Holt 양자회

2004-08-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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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구(탈북난민보호 뉴욕협의회)

8월 6일 대한민국 서울에서 세계 한인입양인대회가 개최되었다. 수백명의 입양아들이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자기 조국, 대한민국과 낳아준 부모를 만나기 위해 찾아갔다. 이제는 사회에서 책임있는 인물이 되어 떳떳이 살아가고 있음을 볼 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들 중에는 변호사, 의사, 목사, 교사 등으로 자기 나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세계 각국에 흩어진 입양인들에게 세 가지를 바라고 싶다. 첫째는, 낳아준 조국 대한민국을 잊지 말고 기도해 주는 것, 둘째는 기독교 사랑을 갖고 키워준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을 가지고 세계에 흩어진 난민, 가난한 사람,불쌍한 사람들을 입양하여 키워주는 일, 셋째는 그대들이 자란 나라(fatherland)와 낳아준 나라(motherland) 사이에 친선대사 역할을 함으로 두 나라 사이에 우호증진, 동맹 강화 등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기도하는 중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같은 동네에서 고아원생 20~30명을 돌보던 Molly Holt라는 여자를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났다. 고등학교 때 영어도 배울겸 교제도 가질겸 자주 찾아갔었다.

수소문하여 일산에 홀트 복지재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전화로 예약을 하고 원장댁을 방문했다. 60이 넘은 노인이 되었고 원장실에는 지체부자유 아이들 3~4명과 보조원 2~3명이 함께 기숙하고 있었다. 그도 어렴풋이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가 나에게 어머님이 지은 책 (원방에서 내 아들을 오게 하라) 한권을 선물로 주었다.미국에 와서 그 책을 읽고 눈물과 함께 감동을 받았으며 그 다음 주일에 바실래의 인간성을 설교하면서 홀트양자회의 역사를 소개하며 은혜를 나누었다.

한국의 고아, 버림받은 자녀들이 세계 만방에 흩어져, 멋있는 성인이 되어 사회의 일꾼으로 된 것은 모두 미국 오리건주 Crisswell이란 작은 마을의 농사꾼 Harry Holt와 Batha Holt의 헌신적 사랑 때문이었다. 한 사람의 희생정신이 대사를 이룬 것이다.

책 내용은 대강 이렇다. 1950년 제재업을 하던 해리 홀트가 심장마비로 죽을 뻔하다가 살아난다. 살려준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만약 주님이 내게 필요한 힘만 주신다면 주님이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지 생명 아끼지 않고 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러던 1954년 12월 ‘월드비전’의 창시자 Bob Pearson목사의 강연을 듣고 6.25의 참상을 담은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는다.한국여자와 미군 사이에 낳은 혼혈아의 사진, 6.25의 참상, 거리의 거지된 아이들 등 밤낮으
로 그런 비참한 사진들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고아들을 후원키 위해 돈만 지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

밤낮으로 그 비참상이 가슴을 짓눌러 견딜 수 없었다. 1955년 혼혈아 8명을 입양하기로 결심하고(자녀 6명과 자기 부부가 한명씩 맡아서 기르려고 8명을 입양키로 했다)한국에 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1955년 5월 30일, 동경의 임페리얼 호텔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되었는데 시차로 인해 새벽 2시경에 잠이 깼고 주님에게 기도하면서 주님이 시키는 일인지 확신을 갖고 싶었다. 기도하고 난 후 침상 옆에 있는 기드온협회에서 기증한 성경을 집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엄지손가락을 짚고 불을 켰다. 성경의 말씀에 엄지손가락이 짚고 있는 곳이 사 43:5~7절이었다.‘원방에서 내 아들들을 데리고 오라’였다.

8명의 자녀들을 입양하여 원방에서 오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확신하며 기쁨이 충만했다.그리하여 시작한 입양은 1963년 1월에는 한꺼번에 2,743명을 태평양 건너 미국땅으로 입양시켰고 1986년 전세계에 5만5,000여명의 고아들을 입양시켰다.

미 여류작가 펄 벅 여사는 말하길 “이 세상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사람이 해리 홀트씨”라고 했다. 지금 현재는 10여만명이 넘을 것 같다. 그의 딸 Molly Holt씨가 복지재단의 원장으로 있었다.참으로 한사람의 평민이 대사(大事)를 이룩하였다. 하나님은 오늘도 이런 사람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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