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인은행들의 수익 논리

2004-08-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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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부 차장대우)

예금금리는 여전히 제자리인데 대출금리가 뛰면서 고객들의 신음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방금리가 인하될 때는 대출금리는 가만히 둔 채 예금금리만 끌어내리던 한인은행들이 반대로 연방금리가 오르니까 예금은 손도 안대고 대출금리만 번개 인상시키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의 금리가 워낙 낮아 아무리 이자를 받아도 물가 오른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계산이 나오고 있다. 각종 수수료도 이미 높아질 만큼 높아져 은행에서 업무를 보고 나면 수십달러는 훌쩍 달아나 버린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은행들은 ‘수익논리’만 내세운다.
예대 마진을 따져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예금금리를 올린 몇몇 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한인은행들은 향후 추이가 불확실해 더 지켜봐야 한다며 아직 금리를 올릴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고객이 없는 곳에 수익이 존재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낮은 금리에 높은 수수료를 못 견디고 고객이 모두 떠난 후에도 은행의 수익논리가 존재할 수 있나.고객들은 아무리 저축을 해도 별 이익을 보지 못한 지경에 이르렀는데 한인은행들은 지난해에도 여전히 큰 이익을 냈다고 한다.

은행이 거둔 이익은 결국 고객들이 낮은 금리로 예금하고 높은 금리로 대출해 부담한 예대마진에서 나온 것이고 높아진 수수료에서 생긴 것이다.
지금까지 고객들은 낮은 금리, 높은 수수료·대출이자 등을 눈감아줬다.
더 나은 한인경제를 위해서는 젖줄 역할을 할 수 있는 건실한 한인은행이 있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업계에는 은행이 고수익 업종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은행들이 수익에 눈이 멀어 고객들을 방기한다면 마냥 은행을 한인경제의 젖줄로서 수용하는 고객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은행이 ‘손쉬운 경영’을 하려 할 때 고객은 타민족 은행권을 찾아 나서게 된다.
은행이 돈이 필요할 때 수신금리를 올려가며 예금을 끌어오려 해도 한번 떠난 고객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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