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욘사마와 일본여성

2004-08-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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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계선(식문화 연구생)

일본에서 배용준 현상이 뜨겁다고 한다. Winter Sonata의 TV방송이 거국적 열기를 불러왔고 그로 인해 한국남성에 대한 인기가 일본여성들 사이에서 날로 충천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들을 접할 때, 같은 한국남성으로서 묘한 기분이 들어 생각해 보기로 했다.잘 아는 분 하나는 어려서 일본에서 살았고 교육을 받았다. 성년이 되어 일본여인과 결혼하여 자식까지 낳았다. 그러나 그는 20여년을 함께 산 후 그 일본부인과 이혼을 하여야 하였다. 그 이유는 ‘일본여성들은 무서운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겉사람과 속사람이 전혀 다른 괴물들이기에 한 번도 마음과 마음이 통하며 살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어려서부터의 가정교육 때문인 것 같은데 만일 자신의 어린 자녀가 남들 앞에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희로애락을 표현하게 되면 아주 심한 처벌로서 닥달하며 교육하기에 혀를 내둘렀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들은 늘 무언가 감추고 있는 것 같았으며 몰래 남을 엿보기를 좋아하는데 심지어 남편에게까지 겉으로는 상냥하나 本音(속내)으로는 늘 경계한다는 것이었다.세상에서 아내감으로는 가장 이상적이라는 일본여성에 대한 정설에 이런 혹평은 나를 의아하게 만들곤 했다.

수년 전 캐나다 동북쪽으로 여행한 적이 있었다. 뉴브런스윅에 있는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라는 곳에 들렸다가 깜짝 놀랐다. 그 섬은 온통 일본여성들 덕에 먹고 사는 섬이었던 것이다.

90년 전 모드 몽고메리라는 분이 Anne of Greengable이라는 소설을 썼고 히트작이 되었다. 그것은 일본에서 ‘빨강머리 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고, 중학교 교과서에 일부가 실리게 되었다. 이 소설은 일본 젊은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들의 꿈은 그 섬에 가보는 것이었고 많은 일본여성들의 결혼 조건이 되었다.

그로 인해 연간 100만명 이상의 일본인들이 그 섬에 몰려들었고 결국 캐나다 정부에서는 관광수입을 위해 8마일이나 되는 유명한 컨페드레이션 다리를 놓게 되었다.감자농사 이외에는 별 수입이 없던 그 곳은 일본여성들에 의해 완전히 관광지로 변해 버렸다.

한 나라의 국가 예산까지도 좌지우지하는 일본여성들의 꿈은 부호나 인기인에 대하여는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데위가 인도네시아 수상 수카르노의 5번째 부인으로 인기를 누렸고 70년대에는 오노 요꼬가 비틀즈의 존 레논과 결혼하여 세상의 이목을 받았다. 80년대에는 스미카라는 여성이 하와이계 스모선수 고니시키와 결혼하였다. 훈도시만 찬 236킬로그램의 고
니시와 50킬로그램의 스미카가 결혼한 것이다.

90년대에는 나타니 유리에게 일본 유명 탈렌트 히로미와 결혼하여 돈과 명성을 움켜쥐었다. 즉 일본여성은 돈과 명예를 위해서는 자신의 本音과는 달리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이번에는 한국인 욘사마에 눈을 돌린 것이다.


일본의 유명작가 하야시리꼬는 “일본여성들은 신데렐라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랑하기 보다 사랑 받기를 원한다. 어느날 백마를 탄 왕자님에 의해 선택되어 사랑을 받으면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다”고 스스로 평하였다.

지금 본국에서는 이번 현상을 이용하여 관광수입을 늘리려고 계획중이라 한다. 한인 결혼알선업체에서는 문의가 쇄도한다고 한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일본여성이 늘고있다 한다. 국내 매스컴에서는 더욱 흥분하여 이번 ‘배용준 현상’이 한일관계에 평화를 가져온다느니, 일본인의 가치관을 변화시켰다느니 야단이다. 더 나아가 동아시아의 정서와 교감의 재발견이라고까지 비약하고 있다.

글쎄다. 희망 사람이 좀 앞서 나가는 것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100년 전에 일본에서 ‘금색야차’라는 소설이 나와 일본 열도를 흔든 적이 있었다. 그 고설은 한국에 ‘이수일과 심순애’ 혹은 ‘장한몽’이라는 이름으로 번안되어 수많은 한국인
들의 심금을 울렸고, 눈물을 쏟게 한 신파극이다.
다이아몬드에 변심한 애인에 대해 금색야차는 복수로 끝을 맺지만 이수일과 심순애는 재결합함으로 해피 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즉 한일간의 정서는 지리적 거리와는 달리 멀리 떨어져 있는데 이번 드라마 ‘겨울연가’의 순애보가 일본인의 정서에 변화를 가져왔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줄 모르겠다.

그러나 일본여성들의 그 뿌리깊은 本音까지 변화되었는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일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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