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미국은 신용주의 사회

2004-08-09 (월)
크게 작게
김명욱 <목회학 박사>

미국은 철저히 신용주의 사회다. 개인이나 단체 혹은 사업체도 신용이 좋으냐 나쁘냐에 따라 흥하거나 망한다. 신용을 잘 쌓아놓은 개인이나 단체는 위기가 닥쳤을 때 곧 바로 해결책을 모색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평소 신용을 쌓아놓지 못한 개인이나 사업체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더 큰 위기에 빠지게 된다.

신용이란 곧 믿음이다. 은행으로부터 돈을 대부 받아 자동차나 집을 사거나 혹은 사업체를 운영했을 경우 그 돈을 잘 갚으면 신용은 좋아진다. 이렇게 되면 은행은 잘 갚아나간 개인이나 사업체를 믿게 되며 더 많은 돈도 빌려주게 된다. 이런 믿음을 자꾸 쌓아 가는 것이 신용주의 사회인 미국에서 살아남는 가장 바른 길 중 하나가 된다.


미국 은행들이 가장 선호하는 고객 중 하나는 종교단체란 말을 어느 은행가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종교 단체는 교회, 사찰, 성당 등이 포함된다. 종교 단체는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 후 잘 갚아나간다는 것이다. 믿음을 강조하는 종교단체가 빚을 잘 갚아나가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은행에서는 종교단체 고객 유치를 위해 많은 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신용을 쌓아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자동차를 살 때 돈을 빌려 36개월이나 48개월 등 나누어 월부로 잘 갚아 나가면 신용이 좋아진다. 이 때 조심할 것은 돈을 갚아야 하는 제 날자 전에 내야 한다. 돈은 다 갚았어도 제 날짜에 내지 않고 늦게 지급된 것이 여러 번 된다면 신용점수에 큰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미국은 수표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다. 지불금은 수표로 우편을 이용해 전달된다. 이 때 우송기간을 염두에 두고 미리 보내야 한다. 가령 매월 15일자에 지불해야 한다면 월초에 수표를 끊어 보내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 여유기간을 두는 것이다. 어차피 내야 할 돈인데 제 날자 안에 해결이 안 된다면 신용을 쌓아 가는 일에 방해요소가 된다.

또 알아야 할 것은 수표가 은행에 도착했다 해도 결제된 것은 아니다. 수표가 돌아 해결되는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수표가 은행에 현금으로 입금되는 데도 몇 일이라는 날수가 소요된다. 작은 일 같아도 이런 것까지 신경을 써야하는 게 신용을 쌓는 길이 된다. 이런 것은 다 습관들이기에 달려 있다. 미리 미리 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믿음을 심어주는 것은 하루아침에 안 된다.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즉 대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하물며 은행 같은 거래처로부터 믿음을 얻게되는 데는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렇듯, 신용 있는 사람이나 단체 혹은 사업체가 되는데는 꾸준함이 있어야 한다.

신용과 믿음은 나무 뿌리의 깊이에 해당된다. 신용이 좋다는 것은 나무가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는 것과 같다. 뿌리 깊은 나무는 아무리 비바람이 불어 치고 눈보라가 쳐도 넘어가지 않는다. 든든히 버틴다. 나무는 하루아침에 뿌리를 깊게 뻗어 내리지는 못한다.

수 년, 수십 년의 기간을 지내는 동안 뿌리는 깊게 뻗어진다. 신용과 믿음을 얻는 것도 이와 같다. 나무의 뿌리가 보이지 않듯, 신용도 보이지는 않는다. 뿌리는 조용히 천천히, 그러나 있는 힘을 다해 깊게 물 자리로 뻗어 간다. 신용을 얻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조용히 천천히, 그러나 열심을 다해 살아가야 신용을 얻게 된다. 이렇게 되려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 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모여 일년이 되고 일년들이 모여 평생이 되기에 그렇다.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면 우등생이지만, 사회의 우등생은 따로 없다. 신용을 잘 쌓아 가는 사람이 우등생이다.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며 갚을 것 제 때에 갚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등생이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보여줄 것도 이런 점이다. 한 탕 주의에 물들어 한 몫에 팔자를 고쳐보려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요즘 한국에서는 수도 이전과 관련 땅 투기로 한 몫 잡아보려는 한탕주의가 또 고개를 쳐든다고 한다. 꾸준히,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서민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것 같다. 미국에 사는 사람들의 정서에는 한탕주의는 별로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역사의 짧음에 비해 미국이 잘 사는 나라가 된 것은 보통 사람들의 성실함과 신용이 뿌리가 되지 않았나 생각 든다. 신용
주의 사회인 미국에서 성공하는 길 중 하나는 신용을 잘 쌓아 가는 길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