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주당 전당대회가 남긴 여운

2004-08-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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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제(미대통령자문위원)

미국의 정당체제는 보수당, 녹색당, 개혁당 등 소수당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결국 민주당과 공화당 양 당 대결의 구도로 집약된다.4년간 집권을 해 온 부시 공화당 후보와 겨루기 위한 5,000만달러의 거액을 들인 민주당 전
당대회는 보스턴 출신 ‘존 케리’와 남부 출신 ‘존 에드워드’ 상원의원의 정·부통령 후보 지명으로 현 공화당 대통령 부시와 막상막하의 치열한 정책 대결의 대선 경쟁이 예상된다.

양당 후보 모두 예일대학 출신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경제, 외교, 사회, 교육 정책에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대선 대결이라 할 수 있다.케리 후보의 특성과 유일성을 유지하려는 민주당 전략은, 부시가 경험 못한 월남전쟁 자원근무의 애국심과 전우를 구출키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전쟁영웅의 케리를 유권자들에게 부각시키기 위해 월남전에 참전했던 불구의 전 조지아주 상원의원 ‘맥쓰 클리랜드’를 필두로 10여명의 월남전 전우들을 무대에 동석시킴으로써 케리 후보의 애국심과 충성심을 홍보시키는데 역점을 두었다.


낮은 세금, 작은 정부, 작은 정부규제, 간섭, 시장경제를 주창하는 공화당 정책기조와는 달리 고율의 조세정책으로 정부지출 증대, 경제성장 보다는 소득 재분배 과정을 통해 중산층을 보호하는 정부 주도형 경제정책의 뚜렷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정책수행상 종종 양당을 각 당의 특성을 혼합하거나 첨가시켜 때로는 양당 정강정책의 특성이 불투명해온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20여년간의 상원 경험과 학창시절부터 정치활동에 관심을 쏟으며 다져온 화술과 위엄있는 연설은 클린턴 정부가 이룩한 균형예산을 과중한 전비 지출로 4,700억달러의 거대한 예산적자를 초래한 공화당 경제정책을 공격하는데 설득력이 있었다.

이라크전쟁의 고전으로 애당초의 거대한 대의의 빛이 퇴색되는 점을 싸잡아 백악관의 신용과 위신 추락 회복을 되찾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기도 했지만, 낮은 실업률 달성과 만인을 위한 캐나다식의 건강보험(Universal Health Insurance)을 수립하는데는 양당 모두 이유가 어쨌든 수치스러운 정치를 하였다.

8월말 뉴욕시에서 거행되는 공화당 전당대회와 비교가 되겠지만 절대적 관점에서 목격된 ‘케리’후보의 지명 수락 연설은 미국 유권자들에게 원칙과 가족생활 가치관, 낙관적 생활관을 제시하는 희망을 주는 당(Hope on the Way)의 인상을 심었다. 미국의 자유의 요람지(Cradle of Liberty), 청교도정신, 미국의 독립정신이 서린 보스턴 출신 제 2의 케네디같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또한 정책 면에서 서민적 정치를 강조했던 ‘존 케네디’ 전 대통령처럼 부유층과 상류층, 지주계급을 주축으로 명맥을 이어온 공화당의 대기업 특혜, 상류층에 유리한 세제의 헛점의 근절, 사라져가는 미국 제조업의 재육성, 만인에게 균등한 경제적 기회, 자유를 주는 대중정부 건설, 국내 실업을 증가시키는 해외고용(Outsourcing) 중단,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정책,
국제사회에서 존경 받는 미국 국가상 기립 등등, 유권자들에게 호감 가는 정책 공약으로 정권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득표작전이 역력히 보이기도 했다.

특히 전비지출 증대로 불거진 공화당의 현 4,700억달러 예산 적자를 4년 내로 균형예산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공약은 이자율 상승으로 주택시장과 증권시장의 몰락을 염려하는 시민들에게 큰 환심을 샀다.

300만 극빈자 구제, 400만 미국 국민에게 건강보험 제공, 중산층 감세정책 공언은 막대한 정부지출 증대로 균형예산 달성과 상충되는 역설적 선거공약이 분명하지만, 일반대중 유권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연설이었기에 공화당 부시 후보의 집권당 위세를 약화시키는 주요한 요인이 될 지도 모른다.


위엄있는 ‘케리’의 음성으로 퍼져나간 연설 중에는 계층간, 지역간, 계급간의 빈부 차의 심화를 통합하는 하나의 미국 건설이라든가, 근면한 자가 정당한 댓가를 받는 사회 건설, 혈전으로 획득한 자유의 숭고화, 만인의 인권, 민주주의 가치 보존 등 이상적이고 희망찬 미국 건설을, 서민 출신의 자수성가한 ‘존 에드워드’와 결합하여 국민의 신임받는 강력한 지도자가 될 것을 역설할 때는 대통령다운 모습으로 보였다.

대선의 결정은 현명한 미국 국민이 선택하겠지만 수준 높은 미국국민의 의식 수준과 이에 호응하는 자격있는 정치지도자들이 ‘헤겔’의 변중법적인 대결과 경쟁을 통해 능력과 자질, 지도력을 투명한 정치과정을 거쳐 국민의 지도자, 아니 세계의 지도자가 선출되는 미국에 산다는 것은 크나큰 긍지이다.

아울러 독선과 독재를 견제하는 양당 제도가 있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민주당 전당대회는 미국 민주주의, 세계 민주주의를 발전, 지향시키는 필요 불가결한 역할의 횃불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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