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인입양아들에게 기댈 곳을...

2004-08-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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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특집부차장대우)

`제3차 세계 한인입양인 대회’가 지난 4일부터 서울에서 개최되고 있다. 참가자 가운데 뉴욕 출신의 한인입양아 남매인 배달효성(34)씨와 김효정(33)씨가 해외 입양 반대 운동을 펼쳐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남매는 한국도 예전과 달리 개인소득 1만 달러 시대를 맞이한 만큼 더 이상 해외 입양은 막아야 하며 또한 백인가정에 입양돼 인종차별을 겪으며 살았던 자신들의 힘든 경험을 또 다른 입양아들이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국내 입양 촉진을 부르짖고 있다.


실제로 대다수의 해외 한인입양아들은 피부색과 문화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많은 정신적 고통을 겪을 뿐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롱아일랜드 소재 입양기관인 `뉴 비기닝스 아동 & 가정 서비스’의 캐티 다나우스키 대표에 따르면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부모나 친척 중에서 닮고 싶은 인물을 꼽지만 해외 한인입양아들은 자신들의 역할모델(Role Model)을 찾기 위해 주로 해외 한인사회의 문을 두드린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들을 한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인사회로부터 또 다시 버림받았다는 느낌만 안은 채 발길을 되돌린다는 것. 한인 이성과 사귈 때면 1세 부모들이 입양아에 갖는 지나친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좌절되기 일쑤라고 한다.

피부색과 문화가 다른 해외에서 자녀를 입양한 부모들은 국내 입양이나 일반 가정의 부모들보다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갖는다. 입양한 자녀가 뿌리를 뒀던 문화를 자신들이 모두 이해할 수도 없고 입양자녀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비춰볼 때 이들과 한민족의 뿌리를 나눠 가진 해외 한인사회가 그 나머지 몫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뉴욕 한인사회에서는 롱아일랜드 한인교회(담임목사 안중식)가 이미 지난 10여년 동안 한인입양아 가족 대상 `우정의 밤‘ 행사를 개최해오고 있으며 오는 7일(토)에는 롱아일랜드 아름다운교회(담임목사 황인철)가 한인입양아 가족을 초청, 첫 번째 잔
치를 마련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앞으로 이 같은 행사가 뉴욕한인사회에서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해본다. 더불어 입양 역사가 길어지면서 30~40대에 접어드는 한인입양인 출신들도 많아진 만큼 이 같은 행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진정으로 이들이 소속감을 갖고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한인사회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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