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부시냐, 케리냐

2004-08-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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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주필)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공화당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종반전에 들어서고 있다. 미국의 대선운동은 선거 2년 전부터 서서히 시작되어 예비선거를 거치면서 중반전에 들어가고, 전당대회를 계기로 종반전 막바지에 이른다.

이번 선거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불투명한 선거가 될 것 같다. 현재로서는 민주당의 케리 후보가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보다 지지도가 앞서 있는 상태이지만 그 차이가 매우 크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공화당 전당대회와 그밖의 사태에 따라 역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양당제가 정착되어 있는 미국의 선거는 언제나 선거를 해보아야 결과를 알 수 있을 만큼 박빙의 차이로 결판이 난다. 그러므로 선거가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유권자들이 어떤 이슈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후보가 그 이슈에 합당한가에 따라 승자가 선택된다. 미국의 경제가 어려울 때는 경제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후보에게 표가 쏠
린다. 또 외교문제, 국내 정치문제가 어려울 때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합한 후보가 지지를 받는다.

카터대통령이 당선될 때는 워터게이트의 악몽 때문에 공화당을 압도적으로 패배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란 인질사태로 인한 국민들의 절망 때문에 재선에 실패했다. 이와 같은 국가적 이슈가 없을 때는 후보 개인의 이미지가 득표를 좌우할 수도 있다.

케네디의 젊은 매력과 클린턴의 성적 매력이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이 그런 예이다.선거 때 나타나는 유권자들의 관심은 일상생활에서 개인들이 갖는 관심과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누구나 배가 고플 때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해야 할 급선무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되어 배가 부르고 등이 따스하게 되면 이것 저것 다른 일에 관심을 갖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돈을 벌려고 애를 쓰지만 몸이 아파서 병석에 눕게 되면 돈에 대한 애착도 사라진다. 돈을 벌어 큰 집에 살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것보다 어서 병이 나아서 건강해졌으면 하는 소망으로 투병에 전력하게 된다.

지금 미국은 경제가 어려운 상태이다. 경제는 사람에게 기본적인 먹고 사는 문제이므로 언제나 개인이나 국가의 관심사이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이슈라고 한다. 후보들도 이런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제각기 경제정책을 선전하고 있다.

부시후보는 자신의 감세정책으로 미국경제가 호전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케리 후보는 부시의 정책이 부자들만 잘 살게 하고 있다면서 서민층의 지지를 호소한다. 그런데 그들의 경제정책으로 미국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문제는 경제문제를 경제만으로 살릴 수 없다는 데 있다. 지금 미국을 뒤덮고 있는 불안한 먹구름이 사라지지 않는 한 경제가 되살아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는 누가 살리고 죽이는 것이 아니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이 마련되면 스스로 살아날 수 있는 생물이다.


미국이 지금처럼 테러의 와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안한 상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경제가 번영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한다. 국가의 원초적 목적은 외적을 방어하고 국내의 치안을 유지하는 것인데 이것이 경제 뿐 아니라 사회, 문화활동을 보장하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 테러와의 전쟁 중이다. 한 번 대수술로 고칠 수 있는 병처럼 전면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뇨처럼 고치기 힘든 만성 질병과 같은 테러와의 전쟁이다. 미국은 9.11 이후 언제나 테러 위협 아래 놓여있으며 또 언제든지 테러가 발생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

이 테러를 어떻게 예방하며 발생시 어떻게 대처하며 테러집단을 어떻게 뿌리뽑느냐는 것이 최대의 과제이다. 미국의 경제와 사회, 문화 등 모든 미래가 테러를 제대로 잡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테러가 최대 이슈가 되어야 한다. 두 후보도 이 문제를 알고 있다. 테러문제에 관해서는 부시의 강성 이미지가 케리 보다 앞서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케리도 선제공격을 시사하고 대량살상무기를 막겠다는 강한 미국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미국을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어 대테러전에서 동맹국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제 선거가 다가오면서 미국민은 부시냐, 케리냐를 결정해야 한다. 두 사람 중 누가 더 대통령에 적임자일까. 각자의 판단은 다르겠지만 이 시대의 대통령은 누가 테러와의 전쟁에서 더 믿을 수 있는 지도자인가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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