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명마의 은퇴

2004-08-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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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부 차장)

사람은 이름, 호랑이는 가죽, 명마(名馬)는 망아지…
올해 인류에게 가장 유명한 동물로 남을 명마 ‘스마티 존스’가 2일 은퇴를 선언(?)했다.

경마에서 가장 권위로운 대회는 ‘켄터키 더비’와(Kentucky Derby) ‘프리크네스’(Preakness), ‘벨몬트 스테익스’(Belmont Stakes)이다. 같은 해에 이 3개 대회를 석권하는 말은 ‘삼관마’(Triple Crown)라는 명성을 누리게 된다.


스마티 존스는 올해 켄터키 더비와 프리크네스에서 승리, 지난 1978년 ‘어펌드’ 이후 첫 삼관마의 자리를 노렸으나 아쉽게도 벨몬트 스테익스에서 2위에 머물렀다.

명마의 전성기는 비록 짧지만 은퇴 생활은 그야말로 황홀하다. 불과 3세의 나이로 은퇴한 스마티 존스는 이제 그를 위해 지어진 화려한 마사에서 우수한 혈통을 지닌 암컷들과 교배하며 씨수말(Stud)로 생애를 마감하게 된다. 즉 미래에 삼관마 등극에 오를 수 있는 ‘망아지 제조기’가 되는 것이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인류의 과학기술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전하고 있다. 경마업계에서는 명마간의 교배로 우수한 망아지를 배출(?)해내고 있지만 유전학 연구의 발전으로 동물의 복제가 이미 가능하게 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하지만 ‘인간 복제’를 놓고서는 이견이 많다. 인류와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단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사람을 복제하는 것은 인간의 윤리와 도덕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기자도 후자에 속한다.

인간은 동물과는 달리 사고의 능력과 수치스러움(이브에게 감사)을 인식할 수 있다. 인간이 스마티 존스와 같은 은퇴생활을 공개적으로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성(性)이란 남녀간의 사랑이 있는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치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죽어서 아기를 남긴다’라는 말은 없지 않은가?

아무리 과학과 문명이 발달하고 바뀐다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의 주인이었을 때부터 변함없이 흘러 내려온 ‘인륜’이라는 것이 있다.

요즘 한국 연예 신문을 보며 사고와 수치스러움이 무엇인 지 망각하는 몇 명 때문에 동방예의지국 전체가 영향을 받을까봐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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