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항상 제가 집니다

2004-08-0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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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종교전문기자>

반면교사(反面敎師)란 말이 있다. 또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도 있다. 반면교사란 다른 사람의 허물을 통해 배운다는 뜻이요, 역지사지란 상대방과 나의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본다는 뜻이 담겨 있다. 반면교사의 넓은 뜻 속에는 다른 사람의 허물을 통해 배우는 것 뿐 아니라 세상만사가 다 스승이 되어 나를 가르친다는 깊은 뜻도 포함된다.

세 사람이 함께 가면 그 안엔 반드시 스승이 있게 마련이라는 말도 있다. 한 가족이 네 사람이면 그 안에도 스승이 있게 마련이다. 부모가 자녀들의 스승 역할을 많이 하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자녀가 부모를 깨우치게 하는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어른 같은 어린이, 아이 같은 어른들이 있게 마련이니 이런 말들이 나왔을 것이다.


사람은 모두 장단점(長短點)을 지니고 산다. 100% 완전무결한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단점을 나무랄게 아니다. 그 단점을 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함이 현명한 처세다. 자신에게도 단점이 있다. 단점을 장점으로 고치려 노력하는 것이 또한 현명한 처세다. 단점과 장점을 잘 알고 그 때, 그 때 지혜롭게 대처해 감이 현명하다.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랄 말이 있다. 없는 사람은 더 없어져 점점 더 가난해진다. 있는 사람은 더 있어져 점점 부자가 된다는 뜻이다. 사회현상중 하나라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어도 가난해 지는 사람이 있다.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집에서 태어났어도 금수저를 물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으니 그렇다.

부자(富者)와 빈자(貧者)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도 있다. 어쨌든, 부자가 되느냐 가난한자가 되느냐는 자신이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 있다. 부자들을 반면교사로 삼아봄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또 가난한 사람을 반면교사로 삼음도 그리 나쁘지 않다.

부자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가끔 새벽에 일어나면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음을 경험한다. 시간을 쪼개어 잘 사용하는 사람들은 부자가 된다. 반대로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가난해 진다. 시간의 활용 가치를 반면교사로 삼아 봄도 괜찮다. 시간이란 개념은 사실, 시계 초침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활용하기에 달려 있다.

반면교사로 삼아 자신의 길에 보탬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역지사지를 알아 힘든 경우가 되더라도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듯,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잘 풀어 가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을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시너지 효과다.

시너지효과는 윈윈(win win)게임으로 모두가 다 좋아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간다.가끔 대인관계에서 일어나는 일 중 다툼이나 오해가 있을 경우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이해하면 오해가 풀리고 관계가 좋아짐을 알 수 있다. 상대방의 형편에 나를 놓고 상대방이 되어 모든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경우 나만을 고집할 수 없게 된다. 나만 고집하지 않게 되면 문제는 해결된다.

어느 세미나에서 전해들은 얘기다. 한 교회에서 37년 동안 목회를 한 목사가 있다. 한 목사가 한 교회에서 37년 동안 목회 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교회는 37년 동안 20여 명의 장로들이 한 사람도 다른 교회로 가지 않고 그 목사와 함께 교회를 위해 봉사해 오고 있다고 한다.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목사들이 질문을 했다. 어떻게 한 교회에서 37년 동안이나 목회하고 장로들이 한 명도 떠나지 않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그 목사의 대답은 항상 제가 집니다.였다. 이 목사처럼 반면교사와 역지사지를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도 드물 것 같다. 항상 자신이 진다는 얘기는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을 이해한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비결은 항상 지는데 있다. 이 비결은 가정, 직장, 단체, 교회 등등 어느 곳에서도 필요한 가장 좋은 처세 방법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자신이 항상 지는 마음으로 대인관계를 맺는다면 그 어떤 문제도 심각하게 전개되지 않을 것이기에 그렇다.

반면교사를 삼아 남의 허물을 통해 자신을 가다듬는다. 역지사지를 통해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을 이해하려 한다면 마음도 편해질 것이요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가장 가까운 곳, 즉 가정이나 직장 혹은 사업체 등에 반면교사가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역지사지를 해야 할 상대와 대상이 있음을 알아 세상을 마음 편하게 살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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