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기쁨

2004-07-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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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근(무궁화상조회장)

8학년 학생 두셋이 즐거운 표정으로 250여명 노인들이 식사한 뒷설거지를 하고 있다. 이들은 여름방학을 뜻있게 보내기 위하여 자진하여 경로회관을 찾아온 학생들이다. 중학교 졸업반인 이들이 명문 고등학교로의 진학의 꿈을 가지고 있으니 방학동안 자원봉사 활동은 필수적인 일일런지 모른다. 비단 고등학교 뿐 아니라 대학 진학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항목의 점수가 중요하다. 첫번째는 학업성적인데 단순히 얼마만큼의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단순한 지식의 양이 아니라, 생각할 줄 아는 능력, 창조적 능력, 미래의 학업계획 등을 소화할 수 있느냐 하는데 초점을 맞춘 성적이다.


두번째는, 자원봉사 기록이다. 대학에서는 교육의 목표를 타인을 위해 일할 줄 아는 인재의 양성에 두고 있다. 사회적으로 많은 비용을 들여 인재를 양성하는데 그렇게 어렵게 양성된 인재가 배운 지식을 자신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타인을 위해 봉사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은 아예 입학을 시키지도 않는다. 명문대학일수록 중고등학교 시절의 자원봉사 기록을 요구하고 있다.

세번째는 방과후 활동에 대한 기록이다. 피아노, 바이얼린, 첼로 등의 악기, 수영, 농구, 하키, 골프, 발레 등의 스포츠, 그밖의 다양한 과외활동을 중요시 하는데 이는 체력과 리더십, 협동심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간접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켜 입학하고 또 전문교육을 받아 사회의 일원이 되어 갈고 닦은 지식을 봉사자의 자세로 사회에 이바지하니 권위나 직업의 귀천을 느낄 수 없다. “얘야, 늙지만 말고 공부 좀 해라. 공부해서 남 주냐” 하는 소리를 들으며, 큰 우리 사회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란 생각이 든다. 봉사정신이 없는 사회, 권위만 앞세우는 것 같다.

병원이나 도서관, 적십자사 등의 예를 들면 자원봉사자들의 시간봉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일이 적지 않다. 또한 많은 비영리 사회단체들이 순수한 기부금에 의하여 엄청난 일을 하고 있음을 볼 때 자원봉사가 생활화 된 사회임을 잘 알 수 있다.

너나 없이 매일 우편함을 체크하는 것이 일과다. 일반 우편물과 함께 기부금을 청하는 우편들도 적지 않다. 대개 5달러, 10달러, 15달러, 20달러 중 형편에 맞는 금액을 택해서 도와주면 이러저러한 공익사업을 계속할 수 있겠다는 내용이다. 사업 내용이 좋다고 느껴져 20달러를 보냈더니 고맙다는 치사와 함께 매달 정기적으로 우편이 오고 있다.

이 사회를 위해서 공헌한 일이 아무 것도 없는 내가 한달에 20달러를 기부함으로써 이 사회에 기여하는 봉사자가 됐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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