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문씨의 비극’ 다시 없어야

2004-07-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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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에 맞은 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문철선씨의 비극은 인명을 중시하는 미국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 그는 병원에서 치료만 제대로 받았더라면 얼마든지 생명을 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그 경위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그 상황과 배경을 돌아 볼 때 조금만 더 병원측과 관계자들이 적극성을 띠었다면 충분히 그가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의 죽음에 대해 병원측과 가족은 지금 각기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

병원측은 문씨가 입원해 있는 과정에서 가족의 영어 미숙으로 병원의 관계자들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일어난 비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문씨의 죽음이 의료보험 부재, 체류신분 미비, 언어장벽 등과 같은 복합적인 원인으로 인해 일어난 사고로 보고 있다.


말하자면 문씨의 치료를 위해 좀 더 신속하게 대응만 했더라면 얼마든지 문씨를 살릴 수 있었을 텐데 귀중한 생명이 치료를 제대로 못 받고 죽어갔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서류 미비자나 극빈자를 위한 의료시스템이 어느 나라보다도 잘 돼 있는 미국에서 그 것도 병원에서 사람이 치료를 받지 못해 죽었다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인권의 소중함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어떤 이유이건 생명은 우선 살리고 봐야 한다. 체류신분이 미비하거나 보험이 없다해서, 또 언어소통이 잘 안 된다고 해서 치료를 미루어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면 이는 큰 문제다.

뉴욕에 사는 한인서류미비자 수만 해도 약 17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 중에 앞으로 문씨와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번 문씨의 죽음은 반드시 그 원인이 가려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희생자들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한인 관련 봉사단체와 상담기관들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사전제도 마련에 적극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문씨 사건을 계기로 한인사회에서는 한인들이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나 안심하고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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