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인 사회의 정치력 수준

2004-07-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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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준<취재부 차장>

대통령제 민주주의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26일 보스턴에서 민주당 전당대회의 개막과 함께 마침내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올 초 예비선거와 코커스를 통해 뽑힌 대의원들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존 케리 상원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결정하게 된다.

공화당은 오는 8월30일~9월2일 뉴욕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후보로 정하게 되고 이후부터 두 후보는 3차례의 TV 토론회 등
열띤 공방을 벌인 뒤 오는 11월2일 제44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락을 가리게 된다.


대선 역시 유권자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인들에 투표하는 간접 선거 방식이다. 특징은 50개주가 인구에 따라 선거인단 숫자가 다른데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지지자를 확보한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조리 차지하는 점이다.

올 초 예비선거를 시작으로 이제 반환점을 돌아 앞으로 절정을 향해 치닫게 될 미국 대통령 선거는 한국에서 자라난 사람의 입장으로 볼 때 여러 가지가 흥미롭다.

26일 민주당 전당대회 첫 날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앨 고어 전 부통령이 후보 지명을 앞둔 케리 상원의원의 자질과 비전을 유권자들에게 부각시키는 연설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27일에는 후보 경선에서 패퇴했던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 등의 지지 연설이 계속됐다. 가장 강력한 경선 라이벌이었던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은 케리 상원의원과 손잡고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 당내 경선에 불복해 탈당하거나 독자적인 출마도 불사하는 한국 정치와는 너무 다르다.
그러나 보다 더 큰 아쉬움은 선진 미국 정치 속에 살고 있는 한인사회의 역량과 수준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양당의 입장을 한인사회에 설명해 주고 또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양당에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한인사회의 분명한 색깔조차 없다. 한국의 후진 정치 수준이 한인사회까지 물들인 것은 아닌가. 대통령 선거는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이룰 수 있는 분명한 기회다. 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유능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인사회가 단합하는 것만이 정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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