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름철 책 읽기

2004-07-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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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편집위원)

본격적인 여름. 더위를 피해 산과 바다를 찾는 계절. 골치 아픈 세상살이를 떨쳐버리고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디론가 떠나기 좋은 때이다. 피서나 휴가는 심신에 활력소를 불어넣는다. 여름은 자신에 대한 재충전의 소중한 시간을 갖기에 꼭 맞는 계절이기도하다. 재충전의 방법은 다양하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캠핑을 떠나 자연 속에 파묻혀 푹 쉴 수 있다.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닷가에서 낚시를 할 수도 있다. 산에 오르는 등산도 있고 땀을 흘리는 스포츠나 즐겨하는 레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 자신을 재충전하면서 무더위도 식히는 방법으로는 책읽기가 최고라고 한다.


흔히 가을을 책읽기 좋은 계절이라 한다, 하지만 독서삼매는 여름철 더위를 잊는데도 제격이다.책읽기는 창의력과 사고력을 증진시킨다. 정신적인 부를 축적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따라서 지식정보화시대에 바람직한 피서법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책읽기는 읽는 이에게 생각을 넓혀준다. 대인관계에서 폭 넓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화술을 제공한다.

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영원한 스승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책을 읽음으로써 먼 나라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알게된다. 옛 성현들의 삶의 지혜도 배운다. 상상력을 발휘해 미래의 세계를 엿 볼 수도 있다.

맹자는 “옛 사람이 지은 시를 읊고 그 글을 읽으면서 옛 사람이 살았던 시대를 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 이 것이 바로 위로 옛 사람을 벗하는 것”이라 했다. 이는 책을 읽으면 옛 현인과도 벗이 될 수 있다는 독서상우를 말함이다.

우리 조상들은 여름철 책읽기를 많이 했다. 조상들은 책읽기에 아주 좋은 세 가지 한가한 시간을 독서삼여라 했다. 세 가지 한가한 시간이란 눈이 내리는 겨울과 모두 잠든 한밤중 그리고 시원한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여름철이다.

조선조 후기의 실학자인 이덕무는 집을 떠난 여행길, 술 마시고 취기가 약간 남았을 때, 상을 입고 슬픔에 잠겨 있을 때, 옥에 갇히거나 귀양 가 있을 때, 앓아 누워 있을 때, 귀뚜라미가 우는 가을 밤, 고요한 절간, 마을을 떠난 자연 속 등 여덟 가지를 책읽기에 가장 좋은 때로 꼽기도 했다.

중국 송나라의 주희는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고, 마음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독서삼도다. 책을 읽을 때는 주위 환경에 휘둘리지 말고 정신을 집중하라는 말로, 삼도는 심도, 안도 그리고 구도를 가리킨다. 즉, 마음과 눈과 입을 함께 기울여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독서삼도는 독서삼매라고도 한다. 본래 삼매란 불교의 수행방법으로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시켜 감각적 자극이나 그 자극에 대한 일상적 반응을 초월하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삼매에 빠지면 옆에서 벼락이 쳐도 모르는 것이다. 삼도 역시 그런 경지를 의미한다.

옛날 서당에서 책을 떼면 후학들에게 그 책을 물리는 것이 관례였다. ‘책거리’ 또는 ‘책씻이’라 해서 학동이 천자문이나 소학과 같은 책을 한 권 다 배우고 나면 축하해주는 풍습이 있었다. 그만큼 책읽기와 책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의미다.한 여름. 여름방학. 휴가철이자 피서철이기도 하다.

이런 계절에는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것이 제일 좋은 피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손쉽게 갈 수 있는 여름피서지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피서를 갈 수 없다면 시원한 영화관에서 여름을 보내거나 집에서 가족들과 모여 앉아 수박을 나누어 먹으면서 비디오를 즐기는 것도 알뜰 피서 방법이다.

무엇보다 여름철 가장 실속 있는 피서 방법은 시원한 선풍기바람 아래서 독서삼매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방학을 맞은 자녀들의 손을 잡고 도서관이나 책방을 찾아 책의 소중함과 책읽기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달아보는 것도 알찬 여름을 보내는 한 방법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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