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장의 그늘아래 누적되는 불안

2004-07-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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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제(미대통령 자문위원)

지난 18년간 매년 고국을 돌아보고 올 때마다 놀랜 것은 서울을 비롯, 주요 지방도시에 눈부시게 솟아오르는 고층 상업건물들과 아파트군들이다. 35년 전 유학의 첫 발을 디딘 뉴욕시의 마천루가 하도 웅장하여 감탄사를 연발했었지만 이제 서울이 외형적으로나마 뉴욕시와 유사한 도시로 성장했음을 목격하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GDP 뿐만 아니라 생활수준의 향상의 성장 뒷면에는 근면한 한국민의 의지, 추진력 있는 정부, 창의와 진취적인 기업군들의 재빠른 선진기술 도입, 케인즈적 재융자를 통한 투자 확대, 대규모 해외투자 유치, 선진국 경제성장 모델의 적절한 적용 등이 후진국 한국을 단기간 내에 세계 10대 선진국 대열에 군림시켜 한강의 기적을 탄생시켰다. 이 사실에 자긍심은 물론 토를 달 사람은 없을 줄 믿는다.


이렇게 건설된 한국 경제가 유동성 고갈로 IMF시대를 맞이했고, 최근들어 경제의 ‘화운데이션’이 흔들리는 심각한 조짐이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돼 가고 있다. 저개발 상태의 경제를 선진경제 레벨로 도약시키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실물경제 총수요공급의 차질은 물론, 노동, 금융, 외환, 자산, 해외무역 부문에서 교란이 야기되어 설정된 경제성장률 목표
를 달성하는데 부작용이 허다하다.

총수요 증대를 위해 소비를 권장하다 보면 신용 확대의 금융정책이 소비자 부채를 증가시켜 소비 축소현상을 경험하고, 기업의 투자 과열은 비생산성 부동산 투기를 발생, 희소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총수요와 총공급의 불균형은 경기순환을 초래한다.

공급 초과는 재고 증가, 유휴시설 증대, 실업률 증가로 소득 감소, 자산가치 하락, 구매력 감소는 소비 투자를 감소시키는 악순환이 진행된다. 한국의 경우,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성장 모델은 재벌 국제기업을 육성시키는데 성공했으나, 관급 경제체제 하에 정경유착과 금융특혜 관례는 국민경제 중추인 중소기업의 몰락을 초래했고 시장경제 아닌 정부주도형 체
제는 거대한 비자금 형성의 씨앗을 키웠다.

이 비생산적 비자금 축적으로 희소자원은 비효율성과 경제성 손실로 생산성 저하, 빈부의 극심한 괴리현상, 장기적 실질 경제성장률을 감소시키는 나머지 국책은행 한은은 금년도 성장률을 4%로 하향조정하는 결단을 내렸다.

유동성 위기는 기업의 부채율을 가중시켜 기업 구조의 취약으로 기업도산 위기, 실업을 증가시켰다. 또 한국기업 주식소유 배분률이 70%가 외국기어벵게 소유권을 부여하는 식민지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인식한 국내 대기업 총수들은, 회사의 장래와 고용인 후생 보다는 자기 몫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기업의 자산을 자기 재산화 시키는데 급급했다. 대기업의 대차대조표는 수백%의 타인자본 뿐인 껍데기 기업으로 전락했음은 슬픈 현실이다.

IMF를 통해 한국기업들의 재정증명서가 허구임을 인식한 국제 투자회사들은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융자조건으로, 한국기업의 재정증명서에 국제공인회계사의 인준을 전제조건화 했다. 한국 경제가 자생능력을 상실하고 외국자본과 경영에 의존하는 의존적 구조 하에 외부적 정치 경제적 쇼크에 갈대처럼 흔들리는 와중에, 외형적 경제성장과 현시적 소비수준
에 고무된 신세대들이 종속적 역사속에 짓눌렸던 신민족주의를 내걸고 대원군식 외세글 배척하는 무분별한 행위를 한다.

사랑과 관용으로 다져진 한미동맹관계를 역사적 인식 없이 무시하며 격에 안 맞는 동등한 외교, 교역, 경제를 부르짖는 사태는 반공과 자유 수호라는 미국 나름대로의 대의에 따라 한국을 방어해 온 미국민들에게는 관념 대혼란을 야기시켰다.

제 2의 유동성 위기 불안에다 적색화의 불안, 경제성장의 둔화, 생활의 불안의 안개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국민과 국가를 위한 진정한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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