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마음과 생각

2004-07-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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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마음처럼 복잡 미묘한 것은 없으리라. 복잡한 마음만큼 현대 세계도 점점 복잡해 어디에다 마음을 붙이고 살아가야 할지 사람들은 방황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백팔 번뇌라 하여 망상에 사로잡힌 마음을 수행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기독교에서는 천국은 마음에 있는 것이라 가르치며 올바른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마음과 생각은 사람의 길을 인도하는 첩경이 된다. 마음과 생각을 바로 가지면 그 사람의 가는 길도 바른 길로 가게 된다. 하지만 마음과 생각이 바르지 못하면 그 사람의 행동과 가는 길도 바른 길로 가지 못함을 보게 된다. 그러기에 마음과 생각은 한 사람의 생애를 좌지우지하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마음이 먼저일까, 아니면 생각이 먼저일까. 혹은 마음과 생각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생각은 머리에서 일어나고 마음은 가슴에서 일어나는 것일까. 추억을 연상케 하는 것은 머리요 추억을 느끼게 하는 것은 마음이 아닐까. 머리가 아프다고 마음도 아픈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마음이 아플 땐 머리도 어지러워짐을 느낄 때가 있다.

마음과 생각을 파헤치는 학문을 심리학(psychology)이라 한다. 현대 과학이 초고속으로 발달하고 있지만 심리학만큼은 초고속으로 발달하지 못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마음과 생각의 발달과정과 현상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낼 수 있는 방법론이 문제일 게다.

방법론이 발달하지 못함은 마음과 생각은 물질이 아니기에 그럴 것이다.
물질이 아닌 마음과 생각을 파헤치기에는 현대 과학도 손을 못쓰고 있다. 현대 과학이 이루어놓은 컴퓨터로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센서로 처리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요원하다. 우선 수천 수만 갈래로 엮어지는 생각과 마음의 근본을 찾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기에 참으로 신기한 것은 마음과 생각이라 아니할 수 없다.그런데 마음과 생각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님을 어느 기록영화를 통해 본 적이 있다.

몇 일 전 한 텔레비전 프로에서 멧돼지 어미가 새끼를 낳고 기르는 기록영화를 본 적이 있다. 야생에서 자라는 멧돼지가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배었다. 새끼 날 때가 되자 어미는 새끼를 낳을 장소를 물색한다.
어미 멧돼지는 비쭉이 나온 입과 날카로운 이빨로 풀들이 돋은 나무 가지들을 뜯어와 자리를 만든다. 연한 가지들로 깔 자리를 만든 멧돼지 어미는 또 풀과 나무들을 뜯어와 지붕을 만든다. 그리고는 그 속에 들어가 새끼를 낳았다. 열 두 마리가 생산됐다. 한 마리는 죽은 상태에서 낳아졌고 두 마리가 또 죽었다.

살아 남은 새끼들은 제 각각 어미의 젓을 파고들며 생존 경쟁에 들어간다. 야생 동물중의 하나인 멧돼지는 생존율이 낮다고 한다. 찬비가 몰아쳤다. 비를 피하기 위해 새끼들은 어미의 품을 파고들었다. 미처 파고들지 못한 새끼중 한 마리가 병에 걸렸다. 어미가 누워 새끼들이 젖을 파고 들 때 이 병든 새끼도 젓을 먹으려 안간힘을 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어미가 앞발로 병든 새끼가 젖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머리를 누르고 있는 것이었다. 젖을 먹지 못한 그 새끼는 얼마 안돼 죽었다. 놀라운 일이 또 발생했다. 새끼를 낳아 기력이 쇠잔해진 어미는 그 죽은 새끼를 갈기갈기 찢어 먹는 것이었다. 그리곤 젖을 만들어 남은 새끼들을 먹이며 양육하는 것이었다.

이 어미 멧돼지에게 마음과 생각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유독 야생 멧돼지에게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동물들이 다 가지고 있다. 그것은 마음이라기보다 본능이라면 어떨까. 사자도, 호랑이도, 독수리도, 코끼리도, 악어 등 수많은 종의 동물들도 다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새끼들을 보호하고 스스로 먹이를 찾아 나설 때까지 키워줌을 본다.
사람의 마음과 생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동물의 마음과 생각까지 들추어 말하기에는 너무 앞서는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사람이든 동물이든, 더하여 식물까지도 생각이 있고 느낌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종교가 추구하는 수행 중 하나는 마음과 생각은 단
순할수록 삶에 보탬이 된다고 하는 것이 있다. 복잡한 세상, 보는 것 듣는 것 모두가 하루가 틀리게 급변하는 세상이지만 마음과 생각은 별로 변하지 않음을 본다. 마음 닦음에서부터 도(道)는 시작된다.

마음과 생각은 사람의 길을 인도하는 첩경이 됨을 다시 한번 새겨 좋은
마음, 좋은 생각을 가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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